2
부산메디클럽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포디엄의 제왕

  • 하순봉 작곡가
  •  |   입력 : 2021-11-16 19:41:00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전엔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의 사진이 무슨 위인들처럼 액자에 담겨 벽에 걸려 있는 집이 많았다. 지금은 이해가 잘 안 되지만 하여튼 지휘자가 이런 대중적인 인기가 있을 때가 분명히 있었다. 소위 1970~1980년대에는 클래식도 나름의 전성기였다. 젊은이들은 음악다방을 많이 다녔고 시내 중심가엔 음반가게도 많았다.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그런 클래식 붐의 선두에 지휘자가 있었는데, 미디어와 음악 산업이 낳은 새로운 스타였다. 영화 ‘오케스트라 리허설’의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는 지휘자를 이렇게 묘사했다. “이상적인 지휘자는 키가 크고 잘생기고 얼굴은 창백하면서 고압적이고 신비한 마력이 있어야 한다. 표정은 고뇌로 가득 차고 연기력을 갖춰야 한다.” 대중이 어떻게 지휘자를 바라보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전문지휘자는 음악의 규모가 커진 낭만시대에 와서야 나오게 되었다. 작곡가 멘델스존이 대표적인 지휘자였고, 바그너 말러 등도 작곡가와 지휘를 겸했다. 그러나 음악의 전권을 지는 근대적인 의미의 지휘자는 역시 20세기에 와서야 제대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푸르트벵글러, 카라얀, 토스카니니 등이 대표적이다. 토스카니니의 데뷔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탈리아 오페라단이 ‘아이다’를 공연할 때 갑자기 지휘자가 병이 나버렸고 이때 19세의 젊은 첼리스트인 토스카니니가 악보를 모두 암기한 채 그대로 아이다를 성공적으로 지휘를 해버린 것이다. 이후로 그는 당대 최고의 지휘자 행보를 이어가게 된다. 그는 음악의 해석에서도 깐깐한 원칙주의자였다. 그래서 연습할 때 워낙 ‘노’라고 자주 말해서 별명이 ‘토스카노노’였다고 한다. 뉴욕방송협회는 이 대가의 레퍼토리를 음반으로 남기기 위해 NBC오케스트라를 창단하는데 개인을 위한 이런 창단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카라얀은 30세에 베를린필을 지휘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지휘자가 된다. 카라얀은 특히 LP에서 CD, LD, 뮤직비디오까지 음반산업의 발전사와 함께 한 지휘자이다. 그는 기계를 좋아하고 공대를 다녔던 이력이 있다. 그의 이런 취향이 특히 음반사업에 잘 맞았는지도 모른다. 카라얀이 전성기 때의 일화다. 어느 날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행선지를 묻자 그는 “어디든 상관없어요. 난 어디서든 할 일이 있거든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런 야심만만한 카라얀도 나치 부역으로 지탄을 받았고, 또 최초의 여성단원 자비네 마이어의 입단에 따른 베를린필 단원들과의 불화 등 구설수도 많았다. 그러나 카라얀 재단과 센터를 세웠고, 지휘콩쿠르를 통해 많은 후배 지휘자들을 발굴하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클래식 대중화의 일등공신이었다. 20세기 음악을 카라얀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제왕적인 지휘자들도 클래식과 음반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그 위상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런 원인의 또 하나로 오케스트라 노조의 발달을 꼽는다. 단원들의 권한과 복지는 강조되고 지휘자의 권한은 축소가 된 것이다. 그 결과 최근 세계 오케스트라의 추세는 평준화다. 각 오케스트라의 개성은 떨어지고 어떤 지휘자가 와도 비슷한 음악을 만들어 낸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어쨌든 카리스마의 지휘자들은 점점 전설이 되어 가고 요즈음의 지휘자들은 친절하고 세련됐다. 최근 LP붐이 다시 일고 있는데 그것은 단순히 아날로그 음향을 그리워하는 것도 있지만 이전의 전설적인 명연주를 다시 듣고 싶은 이유도 분명히 있다. 어느새 한 해의 끝자락이다. 이 어쩔 수 없는 쓸쓸한 퇴영의 계절에 다시 못 볼 마에스트로를 그리워하며 카라얀이 지휘하는 브람스의 교향곡을 들어보려고 한다.

작곡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3. 3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4. 4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5. 5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6. 6성장이냐 쇠퇴냐…부산이란 도시 운명은 이것에 달렸다
  7. 7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8. 8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9. 9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10. 10부산이 대륙 끝? 지도 돌려보면 북극항로 시작점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3. 3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4. 4“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5. 5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6. 6부산시의회, 교통공사·시설공단 대표 후보 ‘부적격’ 의견
  7. 7인천 해수욕장서 北유실지뢰 54일만에 또 발견.. "안전 유의"
  8. 8‘빈총경계’ 前 1군단장, 국감장서 “대비태세 문제 없었다” 주장
  9. 9[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MDL 지뢰 폭발 사건은 ‘도발’…北 정권 행위 강력 규탄”
  10. 10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1. 1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2. 2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3. 3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8. 8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9. 9[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0. 10“AI 해킹범은 中 광둥성 26세” 글로벌보안기업 보고서 추정(종합)
  1. 1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2. 2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3. 3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4. 4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5. 5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6. 6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7. 7“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8. 8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9일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3. 3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4. 4“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5. 5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6. 6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7. 7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8. 8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9. 9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10. 10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배우 한선화
유튜브 쇼츠 정치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삼전 영업익 107조 시대…미래기금 지방우대 필요하다
‘부캉이 열풍’이 던진 부산관광 활성화의 과제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을 물려받는 사회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