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유튜브에서는 1만 달러짜리 물리 논쟁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물리학을 소개하는 한 유튜버가 풍력으로 구동되는 자동차가 바람보다 빠르게 달린다는 실험 동영상을 공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장치는 수십 년 전 이론적으로 제안된 후 2009년 ‘검은새’라는 애칭으로 엔지니어들에 의해 직접 제작되기도 했다. 유튜버는 시속 16km의 강풍이 부는 사막에서 GPS와 촬영 장치를 동원해 ‘검은새’의 실시간 속력을 측정했다. 자동차 후방 5m 높이 기둥에 설치된 거대한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검은새’는 1분 만에 풍속의 3배까지 가속되었다.
그러자 UCLA의 알렉스 쿠센코(Alex Kusenko) 교수가 이 결과를 반박하고 나섰다. 러시아 출신 이론물리학자로 천체·우주론 분야에서 인정받는 그는 풍력자동차가 바람보다 빠르게 달리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며 실험 결과는 환경적 요동에 의한 일시적 효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유튜버는 그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유명 과학자와 공학자를 화상회의 증인으로 참석시킨 후 진위 판별에 1만 달러가 걸린 각서에 서명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그러자 물리를 좀 한다는 전 세계 네티즌들이 구센코 교수를 지지하며 그를 반박하기 시작했다. 동력의 원천인 바람보다 자동차가 빨리 달리는 결과가 에너지 보존법칙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유튜버 따위가 뭘 아느냐는 원색적인 비난도 있었다.
쿠센코 교수가 학부 수준의 고전역학 문제처럼 보이는 이 실험 결과를 지적해 전문가로서의 내공을 대중적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는지는 몰라도 유튜버 데렉 뮬러(Derek Muller)도 그리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물리교육학 박사 학위를 소지한 그는 수식을 최소화하는 대신 실험을 통해 감각적으로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쿠센코 교수가 지적한 사항들 역시 그는 실험자료와 핵심을 요약한 모형으로 모두 훌륭하게 설명했다.
사실 ‘검은새’는 바람이 뒤에서 프로펠러를 직접 회전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자동차 뒷바퀴와 연결된 프로펠러가 앞의 공기를 뒤로 뽑아내며 추진력을 얻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바람보다 빠른 속력을 얻을 수 있는 핵심 원리는 바람에 의해 움직인 바퀴의 속력이 프로펠러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지렛대의 원리 같은 힘의 증강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수학은 인간 언어와 감각의 한계를 넘어선 세상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물리적 통찰과 실험적 검증이 뒷받침되지 않은 수학 이론은 현학적 언어에만 매몰된 관념론과 다르지 않다. 물리학이 공학기술에 비해 실용성이 없다고 보는 좁은 시선도 문제지만 실험 과정에 숨겨진 경험보다 이론 원리의 고매한 가치만을 강조하는 분위기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검은새’의 제작 과정에도 엔지니어들의 많은 시행착오 경험이 숨겨져 있다. 실제 데렉 뮬러는 동료 유튜버와 함께 ‘검은새’의 작동원리를 단순화시킨 소형 모형을 사용한 초기 실험이 실패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하지만 여러 단계의 수정을 거쳐 마침내 결과가 구현되는 장면을 목격한 전 세계 네티즌들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그 원리를 이해했다. 결국 쿠센코 교수는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그에게 1만 달러를 송금했다. 데렉 뮬러 역시 권위를 내려놓은 쿠센코 교수의 모습을 존중하며 받은 돈 전액을 과학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과학과 인문·예술을 두 개의 날개로 비유하듯 물리학도 이론과 실험의 상호협력을 통해 발전한다. 다양한 첨단 기술이나 대형 측정시설 현장에는 실험물리학과 공학기술의 경계도 모호하다. 대중 미디어에서는 종종 근본 원리를 깨달아 혼자서 세상을 바꾼 것 같은 천재의 신화만을 강조하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 만물박사 따위는 없다. ‘F=ma’를 이해하는 것만으로 기계가 동작하지는 않는다. 현실 속 과학기술의 진보는 여러 전문가 사이의 보완과 협력을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감성물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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