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관광 홍보영상에 사용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의 대중적 인기로 올해 시즌2에서는 다양한 민요가 사용된 홍보영상을 선보였다. 또한 국악과 대중음악이 만난 국악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전통음악의 흥과 멋을 독특하게 펼치며 인기몰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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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악을 연주하는 모습.
소리연구회 소리숲 제공 |
이렇듯 대중매체로 접하는 국악을 장르로 구분하자면 판소리 민요 사물놀이 등 민속악이 주를 이룬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민속악은 대중의 삶 가까이에서 늘 접하던 친숙한 음악으로 서양에서 대중음악과 클래식음악으로 양분하듯 이 민속악은 대중음악에 가깝다.
국악에서 서양의 클래식음악과 비견되는 정악(正樂)이라는 장르가 있다. 우리가 베토벤 모차르트 음악을 듣고 느끼는 심상처럼 아주 슬프지도, 아주 기쁘지도 않은 절제의 미학을 담은 음악 장르이다. 그중 선비음악은 음악을 목적에 따라 분류했을 때 정신적이고 사상적인 의미를 담은 조선시대 양반들이 수신(修身)으로 삼은 음악이었다. 우리가 대중매체에서 접했던 여흥을 위한 음악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수신의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조선시대의 선비는 정치·사회적 역할은 물론 당대의 철학과 많은 분야에서 영향을 끼친 계급이었다. 유교사상에 입각한 선비정신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즉 자기 몸을 바르게 가다듬고 가정을 돌보는 개인의 도(道)에서부터 나라를 다스린 후 천하를 경영해야 한다는 도덕정치의 이상을 실천하고자 했다. 선비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학문을 체득하며 선비로서의 수업을 받는데, 그 중 음악은 선비에게 중요한 교양이자 덕목이고 수신의 학문이었다. 예(禮)와 악(樂)은 정치의 근본이라 한 공자의 예악사상은 선비의 음악관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오늘날 국립국악원 대극장의 이름이 예악당인 연원도 이러한 선비음악의 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수양의 목적으로 거문고를 타며 마음을 가다듬어 수신을 실천했다. 느린 장단의 음악을 들숨과 날숨의 박자 기준으로 호흡을 맞춰 연주하다 보면 어느새 평정심이 생겨 느긋해지고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정중동(靜中動)의 음악미학을 담고 있다. 우리가 가끔 연주회장에서 음악을 듣다 잠이 와서 졸거나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 음악이 지루하다기보다 편안한 음악 호흡에 동화되어 자신의 마음이 평온해지고 편안함을 느낀 자연스러운 몸의 반응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선비들의 음악사랑은 이황 류성룡 등 수많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음악에 대한 시와 글, 서신을 통해 엿볼 수 있고, 선비들이 남겨놓은 많은 거문고악보(琴譜)는 오늘날 국악연구에 귀중한 문헌자료가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자기계발을 위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요즘 조선시대 선비들의 수신을 위한 음악 중 현악영산회상과 시조를 선율에 얹어 부르는 가곡(歌曲)을 들어보시길 권해드린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