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1차 접종률은 77.7%, 접종 완료율은 59.3%를 기록했다. 9월 말까지 전국민 70%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던 정부 목표도 지난달 17일 조기에 이뤄냈다. 뒤늦은 출발에다 잇단 수급 차질로 한때 먹구름이 끼긴 했지만, 무난히 목표를 달성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토록 기다리던 목표를 조기에 이루고도 빛이 바랬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으나 당초에 희망했던 11월 집단 면역 달성 꿈은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루 확진자 수는 여전히 2000명 안팎을 기록하며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갈수록 힘을 얻는 이유다.
위드 코로나로 들어가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또한 지난 7일 “11월 둘째주에는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 방역 체계를 시작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이달 마지막주 초에 전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하고 면역 형성 기간인 2주가 지나는 시점이면 그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미 국민 10명 중 7명이 위드 코로나가 필요하다고 공감한 마당이다. 자영업자 등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더는 감당할 수 없다는 절박함도 이유 중 하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보다 접종 완료율이 높은 나라에서도 여전히 확진자 수가 줄지 않는 등 집단 면역 달성이 향후 상당 기간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에 코로나가 발생한 지 1년8개월 여가 지났다. 악몽 같은 긴 세월을 견뎌온 밑바탕엔 백신 접종과 함께 코로나가 종식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그 믿음은 실현되지 않았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의 말은 그래서 뼈아프다. 그는 위드 코로나로 국내 방역체계를 전환하게 된 원인을 “코로나19에 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백신이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백신으로도 더는 유행을 막기 힘들어졌다. 위드 코로나에는 ‘코로나는 종식이 불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는 승리가 아닌 패배의 결과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주눅들 필요까지는 없다. 어차피 신종 감염병이라는 것 자체가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질병이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야기했으나, 그나마 백신 개발로 이 정도 선에서 코로나와의 공존을 운위할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위드 코로나가 승리가 아닌 패배의 결과라고 해서 코로나와의 전쟁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백신과 치료제로 무장한 장기적인 새로운 전투로 그 양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다만, 위드 코로나가 성공적인 방역과 백신 접종으로 인한 전리품인 양 착각해서는 또 패배할 수 있다는 점 만큼은 유념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남는 것은 장기전을 어떻게 치러낼 것이냐다. 정부가 언급한 11월 둘째주까지 한 달 남짓 동안의 치밀한 준비가 관건이다. 위드 코로나는 확진자 수를 관리하기보다는 중증 등으로 입원하더라도 치료받을 수 있는 대응 체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위드 코로나에 들어간 외국 사례에서 보듯 백신 접종률이 높다고 해도 향후 확진자 수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접종을 해도 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남아 있는 건강 취약층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체계가 필수적인 요소다. 코로나 방역 궁극 목표가 사망률 감소에 있는 까닭이다.
아울러 고려해야 할 것은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에 대한 대비책이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에 대비해 이미 재택 치료를 도입했고, 확진자 중 입원이 필요 없는 70세 미만 무증상·경증 환자까지 대상에 포함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재택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하루 한 번 증상 확인 전화를 하는 게 관리의 전부이고, 체온계 등 필수 물품을 받지 못한 환자가 적지 않다. 재택치료 확진자 병세가 갑자기 악화할 경우 의료기관과 어떻게 연계할지 등에 대한 세밀한 계획도 아직은 갖춰져 있지 않다. 새로운 전투를 위해 정부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우리 모두가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위드 코로나가 결코 방역 해제나 ‘노 마스크’는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 보다는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이란 표현을 굳이 쓰는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다. 우리는 지난 1년 8개월 여 동안 순간의 방심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똑똑히 봐왔다. 위드 코로나의 결과 또한 불투명하지만, 현재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종착지가 어딘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안한 ‘적과의 동침’이 곧 시작된다. 어쩔 수 없다면 최대한 빨리 이를 끝내는 방법 밖에 없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