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권 경선 후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권력의 정점 교체가 코앞에 닥친 나라도 있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오는 29일 차기 총리가 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치른다. 유럽에선 독일 연방하원 총선거일이 오는 26일이다. 새로운 리더십 탄생에 맞춰 유력 후보의 면면을 미주알고주알 소개하는 건 당연하다. 그만큼이나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을 받는, 물러나는 이가 있다.
총선과 함께 16년 임기를 마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독일 첫 여성·동독 출신 총리이자 최장수 총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 서방 세계에서 신뢰할 만한 마지막 정치 지도자…. 그의 임기만큼이나 수식어도 길다. 하나 더하자면 자발적으로 직을 그만두는 첫 독일 총리다. 그동안 많은 세계 지도자가 바뀌었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를 거쳐 조 바이든까지 대통령이 4명이다. 우리나라도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 등 4명이다. 영국 총리가 5명, 일본 총리가 8명 교체됐다.
막상 닥치니 갑작스럽게 여겨질 수 있으나 메르켈 총리는 이미 지난 2018년 10월 자신이 몸담은 기독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며 3년 뒤 총리직 사퇴를 예고했다. 당시 지방선거 패배와 난민 정책에 대한 불협화음이 배경으로 꼽혔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올해 신년사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2020년이 재임 기간 가장 어려웠던 해”라며 이 위기 극복에 국민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메르켈 총리는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격랑을 헤쳐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5년 난민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그는 ‘엄마’라는 뜻의 ‘무티’ 리더십으로 세계의 중심을 잡았다. 그 와중에 ‘Merkeln’이라는 말이 생겼다. 메르켈 총리의 이름을 따 ‘말 없이 생각만 하다’, ‘우유부단하다’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얼핏 부정적인 느낌이 들지만 ‘황소걸음’으로 16년을 버텨온 저력이라 재평가된다.
‘메르켈의 마름모’(Merkel-Raute)는 그의 또다른 상징이다. 두 손의 엄지와 검지로 마름모 모양을 만드는 특유의 동작이다. ‘Raute’는 다이아몬드라는 뜻이다. 국민을 다이아몬드처럼 귀하게 여기려는 그의 마음이라 하겠다. 결이 다르다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감싸 안으려는 자세다. 그런 진심이 임기말 지지율 70%를 웃도는 원동력이다. 덕분에 독일은 유럽의 맹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 대권 후보들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