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눈에서도 모기가 날면 /문형

  • 문형 소설가
  •  |   입력 : 2021-08-24 18:33:15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더위도 물러간다는 처서가 지났다. 마침 8월 장맛비가 그 뜨겁던 대지의 열기를 안고 갔는지 한층 선선해졌다. 덕분에 기다렸다는 듯 두꺼운 책을 꺼내 들었다. 한여름에 읽다가 제쳐 두었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권째.

이 소설은 예전에도 읽다가 흐지부지된 적이 두어 번 있다. 목침 두께만 한 방대한 분량에, 인간 상상력의 최대 걸작이라 평가받을 만큼 심오해,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다. 거기다 글자까지 작아 완독하자면 고생깨나 하게 생겼다. 약시에다 한쪽 눈으로만 봐야 하는 나에겐 더더욱.

눈알도 이제 꾀가 생겨, 비교적 얇은 책을 볼 때면 그럭저럭 넘어간다. 하나 제가 버겁다고 할 만한 분량의 책이면 어김없이 성깔을 부린다. 아니나 다를까. ‘잃어버린 시간’을 읽기 시작한 지 이틀째에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양쪽 눈에 온통 눈곱이 끼고 눈꺼풀이 뻑뻑해져서다. 털실같이 가느다란 눈곱이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동자를 따라 움직이니, 제대로 보여야 말이지. 이 눈곱은 닦아내려 해도 잘 떨어지질 않아, 연신 닦아내노라면 눈이 뻘겋게 충혈되기 일쑤다. 안구건조증이 점점 더 심해졌기 때문인데.

이쯤 되면 인공 눈물을 넣어도 그때뿐. 조금만 지나면 또다시 뻑뻑해지며 가느다란 눈곱이 끼기 시작한다. 닦아내려 함부로 눈을 비비면 눈동자가 찌그러질 우려가 있다고 해서, 맘대로 벅벅 문지르지도 못한다. 30대 중반부터 그랬으니 얼추 20년 넘게 달고 사는 고질이다.

그뿐만이랴. 눈 안에선 모기까지 날아다닌다. 피 빠는 모기가 아니라, 모기같이 생긴 검은 선형 두 개가 동공 안에서 제멋대로. 그 모습이 마치 모기가 날아다니는 것 같아 비문증(飛蚊症)이라 했던가.

안과 전문의 설명은 그랬다. 망막 안에 계란 흰자와 젤리를 섞어놓은 것 같은 말랑말랑한 물질이 있는데, 그곳에 어떤 이유로 흠이 나면 모기 닮은 검은 선형이 생기고, 그게 동공이 움직일 때마다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나. 이것 역시 20년 넘게 달고 사는 고질이다. 가시처럼 빼낼 수도 없고 수술로도 어찌할 수 없는.

그중 한 가지만 있어도 눈이 갑갑한데, 동공 안에선 모기가 날고 바깥쪽으론 눈곱이 끼니, 그 두꺼운 책 읽기가 가능키나 할까? 뾰족한 수가 생길 리는 만무한 것. 콘택트렌즈를 빼고 드러누워 쉬는데, 몇 년 전 택시 운전사가 했던 유머가 떠올라 피식 웃었다.

7월 말이라 몹시도 더운 날, 고향 친구들과 함께 그 택시를 탔다. 땀을 뻘뻘 흘리며 탄 데다 비문증 때문에 앞을 보기 어려워, 이 고질에 대해서 “아 참, 죽겠네!”하고 제풀에 화딱지를 냈다. 같이 탄 친구들도 안과 치료 어쩌고 하는데, 가만 듣고 있던 기사분이 한마디 했다. “아 그건, 처서 때까지 참으면 안되능교? 처서 지나면 모기 턱도 떨어진다는데, 그놈들도 어디로 안가겠능교?”

기사분 말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만, 그때는 한바탕 웃음으로 순간의 불편이라도 넘겼다 치고. 그럼 처서가 됐는데 방 안의 모기 턱이라도 떨어졌나,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한밤 책상에 앉아 있으면 얼마 안 있어 장딴지를 요절내놓곤 한다. 어두운 곳이라 모기향을 피워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중엔 내가 눈이 메워 더 미칠 지경이 되고 만다. 약까지 뿌려도 소용없어 ‘아, 이놈들을 딱!’ 신경질적으로 전자 모기 채를 갖다 대면 한두 놈은 따닥, 죽지만 그래도 여전하다.

피 빨아 먹는 모기야 약으로든 모기 채로든 잡는 방법이 있고, 그도 아니면 모기장 안으로 피신하는 수가 있다만. 눈 안에서 날아다니는 모기는 당최 방법이 없으니, 내 눈을 달랠 수밖에. 그간 못 볼일 보랴, 같잖은 글 보랴, 혹사했던 만큼.

어쩌면 보는 눈보다 감은 눈이 나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에는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잃어버린 시간은 눈으로 본다고 찾아지는 것도 아니고, ‘잃어버린 시간’ 책을 읽는다고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그렇다면 눈을 감고 침잠해 찾는 게 제일 아니겠는가. 이젠 보이는 것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내 안에서 찾으라는, 나이깨나 먹은 몸의 가르침이라 여기고.

소설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가수 김호중팬클럽 ‘그레이스방’ 회원들, 부산시장애인체육회에 성금 전달
  3. 3'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4. 4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5. 5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6. 6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7. 7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8. 8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9. 9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10. 10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1. 1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2. 2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 이미 한국 입국해
  3. 3[정가 인&아웃] 울산 남갑서 당권파 - 친한계 격돌하나
  4. 4“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5. 5[속보] 정부, 젤렌스키 ‘북한군 포로 한국행’ 발언 사실상 확인
  6. 6국힘 유용원 “北포로 송환, 정부 노고 감사…젤렌스키 통해 알려진 건 아쉬워”
  7. 7李 유엔연설 “한반도 종전 위해 당사자 대화하자”
  8. 8민주 “조희대의 내란” 국힘 “더 가면 李탄핵”
  9. 910대 부산시의회 의정모임 해양·이동 문제 집중
  10. 10[속보] 北외무상 “핵보유 의지는 백년·천년이 지나도 절대불변”
  1. 1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2. 2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3. 3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4. 4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5. 5[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6. 6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7. 7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8. 8빚에 허덕이는 20·30세대…올해 '개인회생 신청' 3만명 육박
  9. 97000피 사수했지만 ‘전강후약’…연휴휴장 속 美中정상회담 촉각(종합)
  10. 10132개사 키운 부산銀…스타트업 IR로 기업과 연결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3. 3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4. 4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5. 5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6. 6곳간 적자 사하구, 감천마을축제 예산은 더 늘려
  7. 7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8. 8밀양 분만 의료공백 현실화…산모들 부산·창원 원정
  9. 9가게 이름 ‘시진핑’이라서?…한밤중 괴한에 ‘페인트 테러’ 당한 중식당
  10. 10북구, 오태원 전 구청장 수사의뢰…‘쑥뜸방’ 과태료·변상금 부과 절차
  1. 1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2. 2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3. 3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4. 4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5. 5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6. 6[속보]한국 카누, 아시안게임 남자 카약 4인승 500m 금메달
  7. 7부상 악재 이정후, 사실상 시즌 아웃
  8. 8육상 8년 만의 금빛 질주 기대…육상 29일까지 ‘골든데이’
  9. 9셔틀콕 女단체 4강행…배드민턴 女단체전 2연패 시동
  10. 10프로농구 시범경기 24일 점프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