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모두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지만 모 종편이 배출한 ‘미스터 트롯’ 7인방이 보다 빨리 유명해진 건 역설적으로 코로나 덕분이라는 견해가 많다. 반강제 감금생활을 해야 했던 시청자들은 이들의 탁월한 노래 솜씨와 개인사에 쉽게 몰입했고, 코로나로 인한 상실감과 우울감을 트로트 가락에 실어 날려버렸다. 전통적 지지층인 중장년부터 2030세대까지 성별도 연령도 불문이다. 이전부터 조금씩 불기 시작한 트로트 열풍이 코로나와 7인방 덕분에 정점을 찍은 것이다.
술을 마시며 노래까지 부를 수 있는 일본의 가라오케가 부산에 상륙한 건 1970년대 말이다. 부산이 효시인 노래방의 등장으로 퇴물이 된지 오래지만 남포동 술집과 호텔 등에서는 지금도 간간이 성업 중이다. 부산에는 노래방이나 노래연습장은 물론이고 음주와 가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단란주점과 유흥주점이 유난히 많다. 부산에서 코로나 확진자수가 늘었다 줄었다 반복하는 원인에 이런 유흥문화가 한몫 한다는 분석이 있다.
단란주점이나 노래방은 좁은 공간에서 술을 마시고 비말 확산에 치명적인 노래를 부르는 밀폐 밀접 밀집 시설이기 때문에 코로나 방역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방역 당국은 초기부터 이런 업태에 대해 단속이 엄격했다. 하지만 규제를 조였다 풀었다 하는 사이 감염자는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달 말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된 부산지역 유흥업소와 노래방 매개 확진자는 최근 열흘새 150여명에 달한다. 사상구 동구 연제구 등 시내 곳곳에서 노래방 단란주점 바 등이 확진자 동선 10곳당 3~4곳꼴로 잡힌다. 지난 4월에도 유흥업소 규제가 완화된 틈에 손님과 도우미 확진자가 속출하는 사고가 났다. 장기간 거리두기로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려다 더 큰 화를 부른 격이다. 부산시는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고 유흥업소 5종과 노래방 등에 빗장을 다시 걸었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시인이자 가요평론가인 이동순 씨에 따르면 부산은 한국트로트의 고향이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자그마한 시골 항구였지만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전쟁을 거치면서 사람과 물류가 모였다 흩어지는 거대한 플랫폼도시로 성장했고, 그런 도시의 성쇠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긴 숱한 노래 가사의 배경이 됐다.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환난을 술과 노래의 힘으로 버티려는 욕구를 말릴 수도 막을 길도 없다. 노래에는 분명히 치유의 힘이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공동체가 위험에 빠져서는 안될 일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