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유럽 순방이 엉뚱한 곳에서 논란을 빚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순방 암호명과 공군 1호기 내부 문 대통령 회의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생긴 일이다. 덕분에 문 대통령 순방 행사 이름이 ‘콘서트’였음을 알게됐으나 뒷맛이 영 개운찮다. 탁 비서관은 “순방 내용을 잘 전달하려는 의도”라고 해명했지만 국가기밀을 함부로 드러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과유불급,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옛말 그대로이지 싶다.
페이스북에 동선을 공개했다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은 사례도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2020년 8월 개인 일정을 밝힌 뒤 삭제하는 곡절을 겪었다. 정치의 ‘정’자도 입에 올리지 않고 국정원 개혁에만 주력하며, SNS 활동을 중단하겠다던 국정원장 후보자 내정 직후의 다짐이 무색해졌다. 그는 자발없이 지난해에도 이를 반복했다.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한 소통과 공감의 균형을 찾기가 이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유효한 수단이라고 믿으며 공을 들인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욕망의 표출이다. SNS가 바로 정치 무대인 셈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국에 2030년 부산 월드엑스포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박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미래를 창조하기에는 꿈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한 걸음을 내딛는다”는 글에 공감한다. 덧붙여 부산 스타트업 모델인 스테이션F 방문, 루이비통 브랜드로 유명한 LVMH 방문, 15분 도시 원조인 파리의 기획자 면담 등 일정을 소개했다.
“부산 미래의 대전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오겠다”는 마무리까지 훈훈했다. 다만 그 앞의 한마디, ‘1박4일의 부족한 시간’에서 잠시 멈칫했다. 부산시 보도자료에서도 ‘1박4일의 짧은 일정’이라 했듯이 지난 21일 밤 파리로 향해 24일 밤 부산에 도착하는 박 시장 출장 계획은 출발 시간과 도착 시간, 부산과 파리와 시차를 감안하면 1박4일이 틀린 말이 아니다. 그 와중에 시정 비전을 채워줄 귀한 자리를 만들었으니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시민에게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인 만큼 ‘1박4일보다 더 힘든 일정이라도 감당해야지’라고 생각했다면 표현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는 박 시장이 해결해야 할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