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에 따라 회담의 성과를 보는 시각이 일본과 비교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언론에 보도된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56.3%가 ‘잘했다’이고, 31.5%는 ‘잘못했다’고 한다. 응답자의 대다수가 ‘잘했다’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상회담의 성과로 인해 안보적 위상이 더욱 공고해지고, 경제도 J커브로 우상향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회담의 성과는 자주국방을 넘어 향후 우주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미사일사거리 제한 지침 폐지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으로는 미래 먹거리와 관련해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일보한 첨단기술 분야 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첨단기술협력 분야인 반도체 5G 6G 양자컴퓨터 전기차배터리를 비롯해 해외 원전시장 파트너십 강화, 기후변화 및 방역 협력, 무역 분야 및 글로벌 도전 분야 공동 대응 등도 성과다.
만약 한미 간 경제협력을 첫 번째 회담 국가였던 일본과 했다면 우리나라는 기술 도약이나 미국 주도의 글로벌 첨단기술 분야 공급망 참여가 불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추진 동력을 확보한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 하루 전 브래드 셔먼 민주당 의원은 한반도 종전 선언 촉구 법안인 ‘한반도 정전 및 평화협정 법안’ 발의를 통해 휴전협정은 최종적인 평화 정착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전쟁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미국과 동맹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국무장관은 남북미 사이의 전쟁 상태를 공식적이고 최종적으로 끝내는 구속력 있는 평화 협정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외교적으로 포용하고자 하는 그런 의지를 갖고 있다”며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실용적인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 특별대표로 성 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을 지명한 것은 북미협상을 기존 톱다운 방식에서 보텀업 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북 협상의 원칙과 평화적 해결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20년 동안 지속해온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에서 금년 중 철수하고자 하는 것도 실용적 조치의 범주에 포함된 것이라고 볼 때 대북정책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맥락에서 보텀업 방식의 개성공단 재가동과 같은 단계적 진행을 통한 성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통일부에서는 이와 같은 미국의 대외전략 변화와 한미정상회담 성과의 후속 조치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한 선언문을 발표해 남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의 모멘텀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북미 간 신뢰가 상실됐고, 미국 정권 교체 등으로 많은 시간 대화가 단절되었으므로 대화 재개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강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통해 개성공단기업인의 방북 허용을 통한 생산시설 점검만이라도 먼저 함으로써 개성공단기업인과 개성공단근로자들에게 공단 재개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한다.
개성공단 기업인들도 북한 당국을 향해 개성공단재개와 관련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 하고자 한다. 즉, 개성공단 근로자와 동 지역 주민에 대한 코로나 관련한 방역물품 지원을 포함한 개성지역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고, 궁극적으로는 정부 당국과 협력해 백신 접종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된 바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남북미 간 보텀업 방식의 협상 진행을 위한 마중물이다.
특히, 미얀마 사태의 장기화로 기존 진출기업들의 사업 중단 등에 따른 글로벌 유수 브랜드의 베트남 진출 시도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수요가 맞물려 동남아지역 투자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우수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개성공단의 재가동이 시급한 실정이다.
개성공단 가동은 과거 유엔에서도 허용된 것으로 한미정상회담에서 실무협상을 통한 남북미 간 협상 진행을 하고자 하는 미미한 조치이지만 상징적인 조치이기도 하다. 개성공단의 재가동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밸류체인 전략의 성공적인 재편을 위한 차원에서도 미국의 국익에도 합치하는 것이고,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첫걸음이 되는 것이므로 개성공단의 조속한 재가동을 위한 절차들이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문창섭 전국개성공단사업 협동조합 이사장·삼덕통상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