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미래를 흐리는 최대 장애물이 수도권에 치우친 ‘국토불균형발전’이라는 건 오래된 자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천명하고 ‘임시행정수도건설 특별조치법’을 제정했던 1977년이 그 시초였다. 국토의 0.6%에 불과한 서울에 인구의 20%, 산업의 30%가 몰려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최대 현안으로 불거졌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26년 흐른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소환했다. 더 미룰 수 없는, 가장 유력한 국토균형발전 대안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문재인 정부는 그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국토균형발전 시즌2’를 선언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참여정부 이전으로 정책이 퇴행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지난해 말로 전체 인구의 50.2%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소멸 위기의 시·군·구가 46.1%(105곳)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부산·경남지역 대학에서만 250개 학과가 사라졌다. 생산되는 지방 관련 통계와 지표는 죄다 ‘사멸’을 경고하는 붉은색이다. 수도권으로 쏠리는 국토불균형 파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적색경보를 벗어나긴 어렵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인구 감소세를 야기한 저출산 등 국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난제 해결도 요원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진솔한 성찰은 보기 힘들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 4년 100대 국정과제 추진실적’ 책자를 발간하며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고, 400개 국가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고, 지방소비세 비중을 21%로 높이는 등 공약을 이행하려고 노력하긴 했다. 하지만 그 실적은 미미하다.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연장, 수도권 중심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 국내 복귀) 등등 국토균형발전을 압도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 탓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의 현실을 얘기하면서도 수도권대학의 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여당의 이중적 행태가 단적인 예다.
여당 일각에선 “수도권 일극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국토균형발전을 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맞는 말이다. 국토불균형의 원점을 맴돌았던 지난 40여 년 세월을 보더라도 개헌에 준하는 초강력 대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지난해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다시 꺼냈지만, 후속 추진 조치가 없다 보니 지금은 그런 시도가 있었는지조차 감감해질 지경이다. 당시 제기된 ‘부동산 위기 면피용 돌발정책’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이제껏 그랬듯이 이런 임시방편성 정책 생산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익숙한 습관처럼 뇌관을 제거하지 않은 폭탄을 떠넘길 것이다. 그러나 폭탄은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다. 그때는 국토균형발전 개헌도, 행정수도 이전도 헛수고가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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