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수산업을 경영해오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두 가지 사건들이 생각난다. 첫째, 신(新)한일어업협정이다. 1965년 옛 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됐는데 당시 일본 측의 주장으로 일부업종의 경우 일괄적으로 조업이 제한되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1996년, 일본 측에서는 UN해양법을 이유로 일방적인 협정파기를 선언하고 신 한일어업협정 체결을 요구한다. 국제법에 따른 200해리의 재설정등을 위해 근거리에 있는 한국과 일본은 국가 간의 새로운 협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1999년 체결된 신한일어업협정은 양국의 새로운 EEZ 획정선으로 일본수역에서의 조업은 더욱 힘들어졌다. 국내 조업여건이 개선되는 것은 전혀 없었을뿐더러 일부 업종의 협상누락으로 정부는 홍역을 치러야 했다. 두 번째는 쥐치전쟁이다. 1978년 다수업종간 쥐치 어획문제가 발생했다. 업종별뿐만 아니라 정치권으로까지 문제가 확대됐지만 정부는 중재역할을 하지 못했다. 필자는 그런 논쟁 대신 어법개발을 연구하게 되었고 기존 저층어법에서 중층어법이 가능하도록 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우리 수산행정은 변하지 않으려 하고 규제의 틀 속에 어업인을 묶어두거나 한발 물러서 있는 게 현실이다. 이후 1997년 IMF와 더불어 대형선망업계는 각종 사건사고로 조합은 조합대로, 어업인은 어업인대로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당시 새로운 UN해양법에 의거 신 한일, 한중어업협정이 체결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러한 시기 조합원들의 추대로 필자도 조합장직을 맡게 되었지만 우리 수산업의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었고, 협정이후 우리나라는 바다는 없고 연못만 있을 뿐이라고 주변 관계인들에게 설명한다.
동·서·남해 할것없이 어업협정선으로 둘러 싸인 그야말로 이게 연못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 연못을 잘 보전하고 가꾸어 나가는 것만이 국민 식량산업인 수산업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혹자는 5년째 한일EEZ어업협상이 안되고 있는 이유를 정치적인 문제인 양 말들 한다. 하지만 국가 간의 협상뿐만 아니라 비단 업종 간의 협상도 상호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다수 업종이, 일본은 단일 업종이 입어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성에 대한 부분을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답답할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수산전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수산계 학교가 그나마 고등교육 기관만 7개교가 남았고 양식 잠수 레저 위주의 교육으로 전환되는 추세라 수산인력 배출이 너무나 부족하다.
대형선망업계는 지난 2012년부터 수산계고등학교 홍보활동을 통해 매년 50여 명가량의 수고출신이 승선하고 있고 당시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연근해어업에서는 유일하게 승선예비역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이 승선하더라도 장기적인 승선이 되지 않는다. 급여의 문제만은 결코 아니다. 이들 세대들은 그들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어선현실은 규제의 틀에 묶여 선원거주구역 개선을 위해 톤수를 늘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승선근무예비역기간이 지나면 많은 인원들이 이직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한다. 연근해 수산업은 인력 어선 어장 삼중고에 빠져 있다. 우리 자손들에게 과연 수산업을 이어가게 할 것인지 정말 많은 고민이 든다.
필자는 1974년 트롤 1호 허가를 취득했고 수산업을 영위한 지 어느덧 47년이 훌쩍 지났다. 처음 수산업을 시작해서부터 지금까지도 하루 24시간 전화기를 곁에서 떼어 놓은 적이 없다. 그만큼 수산업은 낮과 밤이 따로 없다.
1997년 조합장을 역임하고 20여 년이 지나 마지막 봉사라는 자세로 대형선망수협 조합장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저 많은 고민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수산업은 개선은커녕 규제의 덫에 걸려 수렁으로 더욱 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공유자원인 어자원을 보호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하지만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일방적으로 수립한 정책은 구호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생산 인력공급 이 모든 것을 정부에서 컨트롤하려 하지만 정작 어업인들은 감흥이 없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 더 이상의 개악이 아닌 개선을 우리 어업인들은 원한다.
대형선망수협 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