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있는 개가 뭔가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 짖었다.” 중국 명나라의 사상가 이탁오는 50세에 이르러 자신을 “한 마리 개”라고 비판했다. “성인의 가르침이 담긴 책을 읽었지만 그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공자를 존경했지만 어떤 점이 존경할 만한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사상적으로 독립한 건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뒤였다. “나는 오늘(74세)에서야 우리의 부자(공자)를 제대로 이해하여 더 이상 따라 짖지 않게 되었다. 과거의 난쟁이가 나이 들어 마침내 어른이 된 것이다.” 그에게 개는 자신을 비춰보는 성찰의 거울 같은 존재였다.
후한의 사상가 왕부에게도 개는 그랬다.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모든 개가 따라 짖는다. 한 사람이 헛된 말을 전하면 많은 사람이 그게 사실인 줄 알고 전한다. 세상에 이 같은 병이 오래됐다.” 그는 ‘잠부론(潛夫論)’에서 문란한 세상을 개혁할 인재는 찾기 어렵고, 난세에 영합하는 경박한 무리만 가득한 현실을 꼬집었다. 조선 후기의 화가 김득신은 ‘출문간월(出門看月)’이란 운치 어린 그림으로 이 교훈을 묘사했다. “한 마리 개가 짖자 두 마리가 짖고, 한 마리 개를 따라 만 마리가 짖네. 아이에게 문밖에 나가보라 했더니, 달이 오동나무 높은 가지에 걸렸다 하네.” 서정적인 그림과 달리 화제(畵題)는 자못 풍자적이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최근 트위터에 스페인의 화가 호안 미로의 ‘달 보고 짖는 개’ 그림과 함께 “달 보고 짖는 도지”란 글을 남겼다. 가상화폐 ‘도지코인(dogecoin)’과 관련한 메시지다. ‘도지(doge)’는 영어 ‘dog’를 장난스럽게 부르는 말이다. 머스크의 메시지는 이탁오나 왕부, 김득신의 의도와 사뭇 다르다. 머스크에게 달은 가상화폐 가격 급등, 개는 도지코인을 의미할 뿐이다. 도지코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라는 얘기다. 그가 올해 초 도지코인 예찬론을 펴면서 가격과 거래량이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선 도지코인 현재 가격이 연초 대비 70배 올랐다. 우리 시장에서도 지난 16일 도지코인 거래액(17조 원)이 코스피 거래액(15조5421억 원)을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화폐, 특히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 도지코인 같은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그런데도 불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처럼 투자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이탁오 등이 갈파한 ‘따라 짖는 개’의 부화뇌동을 보는 듯하다. 그 중심에 머스크가 있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