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2999명 중 43명. 3기 신도시 등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 합동조사단이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드러난 결과다.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련 지자체 및 지방공기업 직원 본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투기 의심자 비율은 0.18%였다. 43명 중 13명은 당초 참여연대 등에서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목됐던 인물이니 추가 적발된 인원은 30명인 셈이다. 나름 성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끌벅적하게 시작한 대대적인 전수조사치고는 적은 숫자다.
하긴 이번 조사에 큰 기대를 거는 것 자체가 우스웠다.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은 제외한 본인 명의의 부동산 거래 확인만으로 한계는 불을 보듯 뻔했다. 더욱이 차명거래는 애당초 확인이 불가능했다. ‘셀프 조사’니 ‘맹탕 조사’니 하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또한 이런 한계를 인정하고 공을 합동특별수사본부에 떠넘겼다. 결국 분노로 들끓는 민심을 잠시라도 무마하기 위해 그럴듯한 시늉만 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니 공을 넘겨받은 합수본인들 뾰족한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그 결과 또한 언제쯤 나올지 기약할 수 없다. 그러는 새 늘 그래왔듯 성난 민심은 수그러들 것이다.
정치권도 무작정 던지고 보자 식이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다급해진 여당은 뭐라도 내놔야 했다. 야당 또한 선거에 불리하지 않을까 싶어 ‘받고 더블’ 식이다. 그렇게 서로 꺼내든 카드가 국회의원 전수조사, LH 국정조사와 특검 등이다. 이 참에 모두 까보자는데 굳이 반대할 국민은 많지 않지 싶다. 그러나 이 또한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국민은 잘 안다.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방법 등을 둘러싸고 핑퐁게임을 하다 허송세월할 공산이 크다는 걸 그간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검토하겠다는 정부 여당의 최근 발표에서도 조급함이 느껴진다. LH처럼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추진하고 향후 모든 공무원으로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극약처방인 셈이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재산이 백일하에 드러나는데 투기 의심을 살 간 큰 공직자는 없을 터이니 나름의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수조사와 마찬가지로 형제·자매나 친인척 등의 차명투기를 걸러낼 방법은 없다.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엄포용, 생색내기용 냄새가 짙다.
빈수레가 요란하고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고 했다. LH 사태가 불거진 이후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내놓는 방안들이 그 꼴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놔둔 채 변죽만 울리며 선거만 끝내고 보자는 황당한 경쟁이다. 도대체 왜 이번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는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전수조사든 특검이든 깊이 파헤쳐보면 문제의 일단과 나름의 해법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직자든 아니든, 물불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도록 만드는 광풍의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그 해법은 제한적이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일부 LH 직원들의 행태는 분명히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비난의 기저에 흐르는 사람들의 감정은 복잡미묘하다. “기사를 보고 처음 들었던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부러움이었다. ‘잘려도 평생 월급보다 땅 수익이 많다’는 직원게시판의 말이 너무 공감됐다. 나 같아도 땅 투기하겠다는 친구의 말에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최근 이번 사태에 분노해 서울의 촛불집회에 참석한 청년이 한 언론에 했다는 말이다. 물론 부러움은 이내 절망감으로 변했다고 토로했지만, 잠시나마 부럽다는 생각이 든 사람이 비단 이 청년뿐일까.
이게 LH 사태의 본질이다. 불공정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마음 한구석 깊이 꿈틀거리는 부러움. 상당수 흙수저를 이처럼 혼란스러운 감정에 빠트린 게 우리나라 부동산 투기의 역사다. LH 사태는 그 끈질긴 역사에서 빙산의 일각이다. 단지 부동산 정책 신뢰도가 땅바닥에 떨어진 시점에 터져 엄청난 일처럼 보일 뿐이다. ‘남이 하면 투기고 내가 하면 투자’라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전수조사든, 국조든, 특검이든 다 좋으나 자고나면 집값 땅값이 치솟는 현실을 두고는 그저 쇼일 뿐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조만간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 방안, LH 혁신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앞서 전수조사처럼 번갯불에 콩 볶듯 내놓는 대책에 큰 기대를 거는 이들은 많지 않을 듯하다. 그것보다는 앞선 모든 정부와 현 정부의 25차례 부동산 대책이 왜 실패했는지에 천착해야 한다. 마음 속이나마 남의 불공정한 투기를 부러워하는 사회에서 더 무엇을 기대할 게 있겠나.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