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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청년기본소득’ 용납해선 안 되는 이유

  •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장·제주대 교수
  •  |   입력 : 2021-02-25 19:23:1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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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김세연 전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을 ‘화장품의 샘플’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월 4만1600원(1년에 1인당 50만 원) 지급을 두고 기본소득이라 부르는 건 명칭과 본질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지난 21일 이 지사는 ‘김세연 의원님, 병아리도 닭입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김 전 의원을 비판했다. 기본소득은 마음만 먹으면 소액이나마 얼마든지 시행해 차츰 늘려나갈 수 있는 것임에도 이를 ‘용돈소득’으로 폄훼했다는 게 이 지사의 항변이다. 누구 말이 옳은지 따져보자.

기본소득의 철학적 지향은 물질적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모두의 실질적 자유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본소득은 몇 가지 원칙을 설정했다.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충분성 현금성이 그것이다. 즉, 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어떤 조건도 없이 개인 단위로 매달 기본적 생활이 가능할 만큼의 충분한 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그런데 2016년 이후 일부에서 충분성 원칙을 기본소득의 요건에서 제외하는 경향이 생겼다. 그런데 이는 기본소득에 대한 심각한 자기부정이다.

‘완전기본소득’에 의하면, 국내총생산(GDP)의 25%를 똑같이 나눠줘야 한다. 우리나라 GDP가 2000조 원이므로 이것의 25%인 500조 원을 5200만 국민에게 분배하면 월 80만 원이 된다. 이는 2021년 국민기초생활보장의 현금 급여인 1인 가구 생계급여(54만 8000원)와 주거급여(서울 31만 원, 경기·인천 23만9000원)를 합한 금액과 비슷하다.

그런데 재원 조달이 어렵다. 그래서 중간 전략으로 1인당 GDP의 10~15%를 지급하는 ‘부분기본소득’이 제안됐다. 우리나라에선 연간 200조∼300조 원이 필요한데, 전 국민에게 매달 32만~48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

김 전 의원은 최소한 부분기본소득 정도는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 지사의 월 4만 원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용돈소득이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처음엔 월 4만 원(병아리)으로 시작해도 차츰 늘려나가면 언젠가 기본소득의 취지에 부합하는 금액(닭)으로 커질 수 있다고 반론한다. 양자 간에 충분성 원칙에 대한 인식 차가 큰데, 이 지사가 틀렸다. 무리수를 둔다면 푼돈기본소득을 도입할 순 있겠지만, 이것이 보편적 복지 확대와 재정적으로 경합하므로 부분기본소득이나 완전기본소득으로 발전할 순 없기 때문이다.

독일기본소득네트워크의 핵심 활동가 출신으로 좌파당의 전 공동당수였던 카트야 키핑은 기본소득의 지급액은 충분히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선 낮은 지급액은 기본소득이 아니라고 인식한다. 즉, 충분성 원칙이 결여된 푼돈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는 최소 생계비 수준인 월 1000유로(약 130만 원, GDP의 25% 수준) 이상을 기본소득 금액으로 상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의 주류 정당들은 재정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복지국가의 성과를 무너뜨린다는 이유로 기본소득 도입을 반대한다.

푼돈기본소득에 이어 또 하나의 꼼수가 등장했다. 바로 ‘범주형 기본소득’이다. 모두에게 부분기본소득이나 완전기본소득을 지급할 재정이 없으니, 우선 특정 연령 인구 대상의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청년기본소득이다. 월 50만∼80만 원 수준의 기본소득을 모두에게 지급하자는 것인데, 이는 대상자를 청년으로 제한했으므로 기본소득의 보편성 원칙을 위배했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청년기본법의 청년인 19∼34세도 수가 많으니 연령·소득·구직 등의 조건으로 대상자를 줄이려고 한다. 보편성뿐만 아니라 무조건성 원칙도 위배했다. 이는 기본소득이 아니다.

나는 청년기본소득을 반대한다. 복지국가의 사회수당인 아동·장애인·노인수당과 달리 생산연령인구인 청년에게 매달 무조건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논리적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사회수당에는 반드시 ‘합당한 조건과 이유’가 있어야 한다. 대학·대학원생에게 등록금·주거·생계비를 지원하고, 구직 청년에게 구직·교육·훈련수당을 지급하고, 결혼·육아 시기의 청년에게 주거·육아를 지원하는 등의 청년 고용·복지 정책을 제도적으로 확대·강화해야 한다. 이미 유럽 복지국가들은 이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청년기본소득이라는 짝퉁이 정치권을 맴돌고 있다. 포퓰리즘이다. 과학기술·경제사회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우리는 모든 사회적 위험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보편적 복지의 확대·강화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 충분성·보편성·무조건성 원칙에서 벗어난 푼돈·범주적 기본소득은 보편적 복지국가의 확대·발전을 방해할 뿐이다. 게다가 자칫 신자유주의 기본소득 국가의 길을 여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도 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장·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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