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3일 임시 금융위 회의를 열어 다음 달 15일까지 예정됐던 공매도 금지 조처를 오는 5월 2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당장 시장에서는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부·여당이 부랴부랴 공매도 금지를 추가 연장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결국 보궐선거가 끝나면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공매도 금지 연장 조처의 ‘진정성’에 대한 논란도 증폭된다.
새해 들어 증시가 뜨겁다. 역사적인 저금리와 재난지원금 등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 흐른 데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갈 곳을 잃은 돈은 증시로 향한다. ‘박스피’를 깬 코스피가 불가능할 것 같던 3000선을 뚫자 주식은 이제 일상의 흔한 화제가 됐다.
코스피의 급등에서 눈 여겨 볼 대목이 있다. 바로 공매도 금지다. 공매도는 시장이 과열되거나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상당수 개미(개인투자자)는 증시의 급반등이 기업의 실적 개선 보다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공매도 금지에 기인한 영향이 크다고 믿고 있다.
지난 십수년 간 공매도는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개미는 박스피에 갇힌 증시의 무기력을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하는 공매도의 탓으로 봤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공매도의 순기능을 들어 반박하는 지루한 공방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팔짱만 낀 채 방관하는 모습이었다.
개미가 공매도를 반대하는 데는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다. 공매도 세력이 붙은 주식은 아무리 시장이 좋아도 수급이 꼬이고 폭락한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은 공매도를 위한 대차거래(주식을 빌리는 것)의 상환기간이 3개월 등 단기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국내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다. 공매도 세력이 원하는 가격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까지 매도 공세가 가능한 점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난을 받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고평가된 주가를 제자리로 돌려 놓는 조정 기능을 강조한다. 하지만 개미에게 공매도는 증시의 거품을 걷어내는 ‘정의의 사도’라기보다는 넘어진 사람을 한 번 더 밟는 ‘불한당’ 같은 존재로 각인돼 있다. 고평가된 주식은 거래를 하지 않으면 된다. 자연스럽게 시장의 조정 기능에 의해 제 가치를 찾아간다. 요즘에는 재무제표나 업황, 차트 분석 등을 통해 가치투자나 기술적 매매를 하는 개미가 많다. 굳이 외국인이나 기관이 공매도라는 칼을 들고 ‘시장의 정의’를 외치지 않아도 옥석을 구분할 수 있는 투자자는 많다. 그래서 개미는 ‘공매도가 기관의 투자 수익을 위한 꼼수가 아니라면 굳이 필요한 제도인가’라고 의심한다. 개미는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선거가 끝난 뒤 공매도는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십수 년간 공매도 금지를 외친 개미의 절규와 호소보다 눈 앞으로 다가온 선거의 위력이 크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한다.
공매도를 재개한다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제도 개선이다. 개미가 공매도에 진저리를 치는 것은 ‘무차입 공매도’(주식을 빌리지 않고 공매도를 하는 것) 같은 불법적인 거래를 금융당국이 제대로 필터링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개미는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 개발을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이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지난 10년간 적발된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과태료는 96억 원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 사태(74억8800만 원)를 제외하면 과태료는 평균 4000만 원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현재 1억 원 이하인 불법 공매도의 과태료를 개선해 다음 달부터는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고, 부당 이득에 대해서는 최대 5배의 벌금과 과징금을 부과하는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거래소가 불법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달까지 완성한다고 밝혔지만 시장에 드리워진 불신의 장막을 걷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회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