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하루하루가 소중하지 않은 때는 없겠지만 솔직히 2020년은 지우고 싶은 한해라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트위터가 2020년을 한 낱말로 압축해 보자고 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윈도)는 ‘삭제(delete)’라고 답했다. 어도비(Adobe)는 2020년은 ‘Ctrl+Z(실행취소)’라고 올려 5300여 회 리트윗을 받았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는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 인간이 정해놓은 시간 간격처럼 해가 바뀌면 코로나19가 완전히 없어져 세상이 새롭게 시작되면 얼마나 좋을까. 백신이 나오면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지만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면서 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작된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가 오는 17일까지 연장됐다. 2.5단계 기간이 보름을 넘기면서 지쳐가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식당, 숙박업, 노래방, 학원 등 대부분의 자영업은 사람들이 직접 방문해야 장사가 되는 대면 사업이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데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대책으로 폐업 위기에 처했다. 요가원을 운영하는 지인은 과연 17일 이후에는 다시 문을 열 수 있을지 앞날이 캄캄하다고 울상이다. 영업을 하지 않지만 꼬박꼬박 임대료는 나가고 있고 기존 회원들이 다시 운동을 하러 올지 걱정스러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올해 말 자영업자 5만 가구 이상이 파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 맞춤형 피해대책’을 세우고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지난 추석 직전 지급한 2차 지원금에 최대 100만 원가량을 임대료 지원금으로 1인당 최대 3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폐업 직전 상황인데 지원금이 적은 데다 업종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지만 최대한 신속히 3차 지원금을 주기로 한 건 잘한 결정이다.
자영업자나 영세 중소기업이 무너지면서 우리 사회는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사회적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지 못하는 것도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현재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자영업 종사자 수(통계청)는 656만3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724만1000명)의 24.1%다.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 4명 중 1명은 자영업자라는 뜻이다.
이런 자영업자가 무너지면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고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기업은 코로나19로 영향을 덜 받지만 음식·숙박업 등 대면 산업은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
생산과 소득분배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지난해 2분기 중소기업의 전년 대비 생산 감소폭은 대기업보다 2배 이상 컸다. 가계소득분위별 소득증가율은 중소득 4~5분위 가구(상위 40%)의 근로 사업 소득이 전년 대비 3.6~4.4% 줄어든 반면 1분위 가구(하위 20%)의 소득은 17.2%나 줄었다.
이처럼 우리 경제가 K자형 양극화를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와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지출 정책을 펼쳤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부동산과 주식 시장은 활황을 이루고 있다.
정부는 집값이 폭등하자 지난 연말 부산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그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을 가진 사람들은 자산 가치가 상승해 좋지만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 가능성이 줄면서 허탈해하고 있다.
부동산에 대해 규제가 강화되자 시중에 넘쳐나는 돈은 주식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12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2873.47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2019년 말(2197.67)보다 30% 상승한 수치다. 올해는 3000선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물 경제는 엉망인데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활황을 이루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의 과열 현상은 자산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 여유 자금이 없는 사람은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를 하기 힘들고 대출도 받기 힘들다. 돈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벌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 셈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책을 세울 때 이런 양극화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자산, 소득 등에 있어서 양극화를 해소하고 좁혀나가는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한 약속이 올해는 지켜지기를 바란다.
이은정 편집국 부국장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