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몹쓸 해가 있었을까. 불행은 올 초 코로나19로 시작됐다. 일상이 송두리째 뒤집혀졌다. 직장인이 출근하는 게 불안해졌고, 학생이 학교에 가는 게 낯설어졌다. 국내외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됐다. 이젠 ‘소통 말고 단절’이 예의란다. 참 이상한 세상이 돼버렸다. 경제도 망가졌다. 수출입 둔화로 경제지표들이 곤두박질쳤다. 많은 기업이 위태롭다. 올 12월 통계청에 따르면 신생기업 10개 중 네 곳이 도산했다. 정부에서 기업구호자금을 100조 원이나 투입한다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자영업도 참담하다. 영업빙하기다. 연말연시 특수는 언감생심이다. 둘 중 한 곳이 벼랑 끝에 서있다.
한 해가 이렇게 간다. 그러나 코로나는 떠날 기미조차 없다. 오히려 더 기승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격상되면 현 2.5단계보다 단절과 통제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백신공급은 아직 요원하다. 정말 지긋지긋하고 징글징글한 세상이다.
코로나보다 더 심각한 건 코로나블루다. 엊그제 서울대조사를 보면, 성인의 48%가 불안을, 25%는 분노를, 15%는 공포를 느낀다. 이 수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성인에 비해 무신경할 것 같던 청소년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10명 중 여섯이 두렵고 불안하다.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조사결과다.
요즘 하루하루 절감한다. 지나간 일상이 고마웠음을, 그 평범했던 날들이 행복이었음을. 힘들어서일까, 연말이라 그럴까. 행복에 대해 자주 생각해본다. 누구든 행복의 조건으로 돈 명예 건강을 꼽는다. 그중에 건강을 제일로 여긴다. 당연하다. 건강 잃고 돈과 명예가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새해에도 가족이 건강하고 무탈하길 빌 것이다. 그 소망은 여느 해보다 더 간절하리라.
이번 사태로 새삼 깨달았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걸. 국가사회의 손길은 멀고 갑갑하다. 올 연말연시엔 가족끼리 함께 할 운동을 계획해보자. 스포츠센터에 가자는 말이 아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여럿이 운동하는 게 좋을 리 없다. 요즘엔 더 위험하다. 값비싼 운동용품을 갖추자는 얘기도 아니다. 돈 들인 만큼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 맨손으로 할 운동들이 꽤 많다. 또 활동하기 편한 평상복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렵고 힘든 운동도 좋지 않다. 가족끼리 할 운동은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곤란하다. 쉽고 안전한 게 좋다. 경쟁하는 운동도 피하자. 서로 즐겁게 소통하고 화합하는 활동이 좋다.
그렇게 건강관련 체력을 기르자. 이 체력은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유연성 체지방률을 말한다. 각종 질병을 차단하고 치료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가족끼리 짝 체조와 팔굽혀펴기를 하자. 또 함께 걷거나 달리자. 방어체력도 기르자. 이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걸 돕는 체력이다. 우리는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산다. 영양이나 수면이 부족해 생기는 일상적 스트레스는 물론, 추위와 더위 진동과 강풍 대기오염과 산소부족 등의 물리·화학적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친다. 최근 코로나블루도 매우 위중한 심리적 스트레스다. 가족과 함께 숲이나 공원으로 가자. 겨울에 상록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평안해진다. 걷고 명상하며 숲의 피톤치드와 맑은 공기를 맘껏 마시자. 행복 호르몬이 생긴다. 햇볕도 적당히 쬐자. 면역력을 훌쩍 키울 수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새해가 반갑지 않은 이유다. 솔직히 설렘보다 걱정이 더 크다. 이 또한 지나갈 테지만 아직 그 끝을 알 수 없다. 하지만 가화만사성이랬다. 나와 내 가족의 몸과 마음부터 추스르자. 그래서 가족의 행복과 화목을 키우자. 그래야 경제도 되살리고 단절된 사회도 재건할 수 있다. 힘을 내자. 체력을 기르자. 가족끼리 운동하자. 그러면서 이 참혹한 코로나고개를 당당히 넘어가자.
부산교육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