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생활과 법률] 휴대전화 임의제출과 헌법 영장주의 정신 /하태영

  • 하태영 동아대 교수
  •  |   입력 : 2020-11-18 19:41:20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휴대전화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한 사람의 영혼이 담긴 전자 일기장이다. 임의제출 요건에 맞지 않게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법조문에도 없는 ‘수색’을 한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내용이 전부 지방검찰청 또는 지방경찰청 전산망에 복사된다. 선별된 자료를 토대로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된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는 위법이다.

그림=서상균 기자
도시철도역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여성 신체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했다는 혐의로 현행범인으로 체포됐다. 임의제출 방식으로 휴대전화가 압수됐다. 휴대전화 임의제출 절차가 논란이 되었다. 의정부지법은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를 인정했다. 제2심 법원은 정반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휴대전화에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체포 현장에서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수색을 허용함으로써, 수사기관은 현행범이 임의제출한 증거물을 광범위하게 압수·수색하고 있다. 추후에 영장을 신청하지 않는 등 긴급압수물에 대한 사후 영장제도를 형해화한다. 수사기관은 현행범에게서 증거물을 압수·수색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긴급압수한 후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내에 사후영장을 발부받으면 된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현행범 체포·범죄 현장에서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근거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 경우 검사·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9년 11월 14일 선고 ‘2019도13290’ 판결)는 것이다. 이 판결은 잘못됐다. 헌법 정신을 잊은 것이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강제처분 영장주의를 천명한다. “체포·구속·압수·수색할 때 적법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 염려가 있을 때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헌법정신이 구체화 된 것이 형사소송법이다.

형사소송법 제215조는 범죄 수사에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정황이 있는 경우, 해당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 검사는 지방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영장을 발부받아야 압수·수색·검증할 수 있다. 사전영장제도다.

형사소송법 제216조는 검사·사법경찰관이 체포·구속하는 경우, 필요한 때 영장 없이 체포 현장에서 또는 구속영장 집행 과정에서 압수·수색·검증을 할 수 있다.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 이 절차를 위반하면 위법 수사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

형사소송법은 제215조→제216조→제217조→제218조 순으로 적용하도록 입법됐다. 사전영장이 원칙이고, 임의제출은 예외 규정이다. 검사·사법경찰관은 소유자·소지자·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에 대해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제218조). 여기서 임의란 비강제성 자율이다. 체포된 순간 자율 상황은 끝난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수사기관에 휴대전화를 내놓는다. 그래서 무영장 압수는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 이것이 헌법 영장주의 정신이다. 사안이 215·216·217조 요건을 충족하면, 218조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범인에게 임의제출 방식 압수를 허용하면, 215조→216조→217조→218조 체계는 무너진다. 미국과 독일은 휴대전화 전자정보 탐색에 수색영장을 받아야 한다. 법원이 범죄 관련성을 판단하고, 수색 범위와 방법을 특정한다. 사법 통제로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수사 구조가 대폭 바뀐다. 잘못된 수사 관행은 고쳐야 한다. 헌법정신과 형사소송법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과필개 득능막망(知過必改 得能莫忘). 대법원 ‘2019도13290’ 판례는 변경돼야 한다. 헌법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 논쟁은 그만하자. 형사소송법은 피의자·피고인을 위한 권리장전이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5. 5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6. 6“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9. 9“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10. 10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1. 1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2. 2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美 중간선거 시작, 우주서도 투표는 계속된다
  8. 8與주도로 조작기소 특검법안 법사위 상정…국힘 반발·퇴장
  9. 9친청 “공개사과하라”·김 “자정 노력”…민주 신천지 수습 난항
  10. 10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5. 5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6. 6[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7. 7"가덕도신공항 올해 예산집행률 고작 0.03%…정상화 시급"
  8. 8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9. 9‘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10. 10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4. 4“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5. 5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6. 6수능 ‘AI 안경 커닝’ 막는다지만…전문 탐지기 없어 실효성 의문(종합)
  7. 7첫 공소청 수장 후보, 이정현·박철우·예세민 물망(종합)
  8. 8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9. 9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10. 10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4. 4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5. 5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6. 6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7. 7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등골 프로텍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제신문 정상화에 여야 한뜻…능인선원 결단하라
대통령 순방 정보 유출…국가 보안체계 전면 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일상으로의 초대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