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예전 원주 강원감영 내 선화당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감영은 조선시대 관찰사가 주재하며 정무를 보던 곳으로, 옛 관아를 개방하여 하우스콘서트를 정기적으로 열어 시민이 문화재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점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얼마 전 동래구에 위치한 동래부동헌에서 음악회 사회와 연주를 하게 되었는데 이 곳 역시 조선시대 동래부사가 업무를 보던 곳으로, 부산광역시 지정 유형문화재 제1호이다. 조선 후기 각 지방 관아에 부속되어 있던 교방(敎坊)에는 고을 수령의 행차나 외국 사신의 의전행사를 비롯하여 각종 의례나 연회에서 음악, 노래와 춤을 담당했던 관기(官妓)와 악사, 악공이 있었다. 조선시대 동래부의 규모를 느끼게 하는 동헌에서 펼쳐진 연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상상하며 아정한 선비풍류와 잔치를 위한 풍악으로 구성을 했는데, 연주회를 관람한 후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건네시는 인사에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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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부동헌 연주회 모습. 소리 숲 제공 |
어린 시절 동래구에서 줄곧 살았던 필자는 동래시장 맞은편에 담장을 따라 이렇게 크고 멋진 옛 관아가 있는 줄 미처 알지 못했다. 또한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옛 정취가 담긴 문화재가 왜 중요한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자연을 느끼며 노래 한 곡조를 읊거나 잔치에 판이 펼쳐지면 자연스럽게 함께 동참하여 연희를 즐겼던 전통사회에서 음악 향유의 모습이 일제강점기 서구식 극장이 생겨나면서 관객은 객석에 앉아 그저 공연을 관람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과거 옛 건축물과 옛 음악이 현재의 사람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것은 도시의 기계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때로는 옛 숨결을 담고 있는 문화재가 편안한 힐링의 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국립국악원은 정악의 원 무대인 궁궐 안에서 연주하는 고궁음악회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이른 오전 7시 30분 창경궁의 아침음악회, 토요일 오전 창덕궁 음악회, 경복궁 경회루 야간음악회 등 임금과 신하들이 연회를 베풀던 그 곳에서 꾸준히 시민에게 궁궐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문화재에 담긴 우리민족의 숨결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건축물에서 듣는 옛 음악은 현대인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옛 건축물이 박물관의 화석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의미가 있다.
우리가 유럽여행에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도시 전체가 옛 건축물들의 향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과거 현재가 잘 어우러지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재와 더불어 국악을 향유하고 그 가치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지속적으로 보고 들으면 예술로 인하여 삶이 윤택해 짐을 느끼는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으로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자연과 더불어 문화재의 오랜 역사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온고지신의 마음을 한 번 더 다잡게 된다.
소리연구회 소리숲 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