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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훈 칼럼]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

  • 이수훈 경남대 석좌교수·전주일대사
  •  |   입력 : 2020-10-29 19:36:0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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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경쟁이 큰 화두다. 사실 미국 패권의 상대적 퇴조와 신흥국 중국의 급작스런 부상으로 인한 자본주의 세계체제 패권경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상당한 기간 세계체제의 패권을 두고 벌이는 패권경쟁이 세계적인 흐름을 이루어왔기 때문이다. 한국같은 중견국이 그 현상을 포착하고자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하려니와 어떻게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림 서상균
특히 한국은 미국을 군사동맹국으로 삼고 있고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나라다. 우리는 안보를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통해 크게 의존하고 있고, 경제는 중국과의 유대속에서 그 의존성이 높다. 어느 한쪽과도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에 놓여 있다. 안보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경제를 포기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 패권 경쟁이 한국에게는 사활적 이슈로 다가오게 된다. 미·중 패권 경쟁이 우리의 화두가 되는 것이 이렇듯 중요하고도 필요한 과제다.

미·중 패권 경쟁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지역에서 가장 격화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국은 시진핑체제 아래서 “중국의 꿈” 구상이라든지 신형대국관계론을 제기하여 한층 공세적 태세여서 나머지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게다가 미국에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대통령이 등장한 이후 여러 분야에서 중국과의 대립과 갈등을 나타내기에 이르렀다. 무역분쟁, 북핵문제 해법 대립, 남중국해 갈등, 화웨이 제재를 둘러싼 대립 등, 외교와 군사안보 및 경제 분야를 아울러 미·중 패권 경쟁이 노골화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발점이었던 중국과 초기 수습에 실패한 미국의 트럼프정부간에 상호책임 떠넘기기 다툼을 보여주는 등 한층 격화된 미·중 패권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에 열중이다.

중국은 초기에 강력한 봉쇄정책을 펼친 결과 코로나 대응에 상대적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 나머지 경제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V자 회복을 하고 있는 반면, 미국경제는 아직 그런 조짐조차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과 중국간의 경제력 격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나든 대세를 이룬 미·중 패권 경쟁이 달라질 가능성은 적다. 한국은 이런 현실 앞에서 미·중 패권 경쟁 대응책을 마련함으로써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최선책은 미·중 패권 경쟁에 휘둘리지 않고 심지어 미·중 패권 경쟁을 중화시키는 방책이다. 그런데 현실은 가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선택을 요구받도록 만든다. 이것이 현재 한국이 처한 외교적 딜레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한미동맹을 가능한 한 분리시켜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이 이미 대북 억지력에서 동북아 안정자 역할로 성격이 변화되었기 때문에 이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런 큰 방향에서 한국의 원칙적 입장을 표시하고 그에 따른 외교를 구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양국이 천명하고 있는 핵심이익에 대해서는 최대한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예컨대, 중국과 관련하여 대만문제는 ‘하나의 중국’원칙을 존중해야 하며, 홍콩사태는 ‘일국양제’를 지지하는 입장을 택해야 할 것이고, 신장.위구르.티벳 문제는 ‘내정불간섭’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이런 원칙적 입장을 통해 한국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자국의 이슈들에 대해 중국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다.

셋째, 미국이건 중국이건 상대를 완전히 봉쇄하겠다는 전략에 대해서는 어정쩡한 태도보다는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옳다. 만약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을 군사적.경제적으로 봉쇄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면 한국은 불가담을 천명해야 한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4개국 군사훈련’(QUAD)에는 참여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중국이 대미국 대립연대를 구사하고자 한다면 이 역시 우리는 불가담을 밝혀야 한다. 중국이 주도하는 SCO(상하이협력기구)나 CICA(아시아 교류와 신뢰구축회의)가 이에 속한다. 넷째,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문제에 대하여 ‘협상’을 통한 해결원칙을 기회있을 때마다 미국과 중국에 상기시켜야 한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의 한반도 공격에 의한 전쟁 일보직전이라는 위기를 이미 두 차례나 겪었다. 1994년과 2017년이었다. 그런 위기를 겪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야 하며, 그것은 우리의 의사를 수시로 명백하게 표시해둠으로써 가능하다.

다섯째, 일방주의 외교를 반대하고 다자주의 외교노선을 구사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이 일방주의를 채택하면 한국은 같이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미국의 트럼프대통령이 재선되면 이 노선을 고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우리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적 행태를 보이면 이 역시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말해야 한다.

여섯째, 처지가 비슷한 국가들과의 연대와 국제협력을 강조해야 한다. K-방역외교를 펼치면서 문재인대통령이 이 점을 기회될 때마다 천명하고 강조하였다. 아세안이나 EU와의 외교를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내가 이미 이 지면을 통해 ‘중견국외교’에 대해 쓴 바가 있는데, 바로 그 노선이다.

   
연대와 국제협력은 보편적 가치에 속하는 공공재다. 국제적 공공재를 창출하면 할수록 우리의 운신 폭이 넓어지고 우리 외교의 자율적 공간을 넓히는 셈이 된다. 미·중 패권 경쟁 구도속에서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외교노선을 점차 굳혀가는 길이 된다.

경남대 석좌교수·전주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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