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티키타카 토론’이 관심을 끈 바 있다. 지난해 6월 열린 홍준표-유시민의 ‘홍카레오 토론’을 본 시민이 붙여준 말을 언론이 인용하며 널리 알려졌다. ‘티키 타카(Tiki-Taka)’라는 용어는 스페인 축구대표팀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2008년, 2012년 유럽컵을 석권할 때 쓴 전술의 애칭이다. 극강의 압박, 짧은 패스, 공간 점유를 통해 상대팀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본 세계 축구팬은 재미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러니 홍카레오 토론에 대해 ‘티키타카 토론’이라고 붙여준 것은 최고의 찬사다. 물론 유시민 홍준표 두 사람이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논객들이니 어느 정도 기대감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자기 주장만 고집했다면 결코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토론 고수로서 이들이 보여준 ‘기술’은 단순했다. ‘차이를 인정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토론의 기술 제1조 1항이다. 19세기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설파한 “다양한 생각이 교환되는 사상의 시장이 보장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 사회는 그 생명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말을 토론을 통해 실현했다. 사실 그리스 아고라 광장에서 시작된 민주주의를 키워온 것은 8할이 ‘토론의 힘’이다.
최근 국내외 정치 현장에서도 ‘토론의 기술’이 난무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열린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후보와의 TV토론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과 경청이라는, 동서고금 최고의 토론 기술을 선보였다. 잦은 끼어들기로 ‘난장판’을 만들었던 1차 토론과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였다. 하지만 승자는 트럼프가 아니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상대 후보의 발언 시간 2분 간 나머지 후보의 마이크를 꺼버림으로써 끼어들기를 원천봉쇄한 진행자야 말로 진정한 승자”라고 평가했다. 진행자의 비기(秘技)가 빛을 발한 셈이다.
국회에서 펼쳐진 토론 기술은 급이 다르다. 지난 23일 심야까지 진행된 과방위 국정감사 현장을 보자. 야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 종료 뒤 연장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원욱 과방위원장에게 “확 쳐버릴라, 건방진 놈, 나이도 어린 XX가”라고 말했다. 육탄전 일보직전까지 갔다. 대한민국 최고의 토론 마당이어야 할 곳의 현주소다. 물론 한자로 토론(討論)의 ‘토(討)’ 자에는 ‘법도 있는 말’이라는 의미에서 파생된 ‘치다, 부수다’의 뜻도 있다. 그런데 의원들은 ‘주먹으로 치다’라는 뜻으로만 오해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