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日照) 이익의 향유는 인간의 기본적 생활환경 중 주거와 관련된 중요한 생활이익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대도시 토지를 이용할 때 효율성을 높이고 건설사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종전 저층 주거용 건물을 고층 아파트 또는 고층 주상복합건물로 재건축·재개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에 따라 고층 건물 북측에 있는 기존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의 일조 환경이 악화돼 1990년대 이후 일조이익의 침해와 관련된 소송이 증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조이익 침해에 관한 법적 구제는 주로 손해의 전보를 지향했고, 그 금액마저도 그다지 많지 않아 일조침해에 관한 보상은 사실상 실효성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특히 우리 민법뿐 아니라 근·현대 민법이 금전배상주의 원칙을 취하고 있어 손해의 전보란 사후적 이익 교정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일조피해 문제는 건축물의 골조구조가 완성되거나 완성되어갈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로 인한 피해의 구제가 법적 분쟁 대상으로 부상하는 게 일반적인 점을 고려한다면, 현행 법제에 기초한 일조방해의 구제는 사후적인 구제책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일조이익의 침해에 관한 법적 구제는 손해 등이 현실화됐을 때 비로소 논의 대상이 되므로 ‘사전성’ 또는 ‘사후성’이라 할 수 있고 민사법적 구제가 적용되는 본래적 성격과 한계를 지닌다.
일조방해의 규제는 공법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사후적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민사책임의 판단 기준과 실천적·법리적으로 충돌하는 현상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행법상 이른바 ‘일조향유이익’은 환경정책기본법 등에서 법적 보호 대상으로 언급하고는 있지만, 아직 실정법적인 권리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둘째, 일조방해를 예방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지청구권에는 방해제거청구권과 방해예방청구권을 들 수 있다. 방해예방청구권은 소유권 등을 방해할 염려가 있는 경우, 그와 같은 방해의 염려가 있는 행위를 하는 자를 상대로 예방 또는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하는 권리다. 만약 사전적 예방을 염두에 둔다면 유지청구권이 물권법적 지위로부터 도출된다고 할 수도 있고 불법행위에 따르는 효과라고도 할 수도 있다.
셋째, 일조향유이익이 침해될 염려가 있는 경우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건축 허가를 신청할 때 동지 시점을 기준으로 한 일조침해 여부에 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건축주가 제출하도록 해 건축물 완성 뒤 발생할 수도 있을 일조 침해로 인한 피해와 법적 분쟁을 사전에 막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은 건물이 완공되기 전에 미리 완공 후 주변 건물의 일조량 감소분이 어떻게 변할지를 시뮬레이션 기법을 통해 대단히 신빙성 높게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와 같은 기술을 활용해 새로이 건립하고자 하는 신축 건축물이 완공될 경우 주위 건물에 초래할 시간대별 일조변동 변화 현상을 미리 계측해 건축허가 신청 때 제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즉, 일조와 관련된 건축행정 및 소유물방해의 사전예방 방법으로 과학적 계측 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건축법령을 개정하자고 필자는 제언한다.
넷째, 공법적으로는 민사 판례를 통해 발전해온 일조향유이익 침해 여부의 판단 기준인 수인한도 개념이 건축허가에 관한 관련 법규에 적절히 반영되게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법원에 의한 최종적 사법적 판단은 권리 구제에 대한 기준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법적 판단을 공법적 건축규제법규에 반영하는 것은 일조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조분쟁을 예방하는 방안으로 첫째 토지 용도에 따른 일조 기준을 정할 수 있고, 둘째 건축허가 신청자에게 공학적 가상실험 결과 즉, 시뮬레이션 결과를 건축허가를 신청할 때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할 수도 있다. 아울러 현행 건축법은 일조 확보를 위한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기 때문에 포괄적 위임입법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점을 고려해 현행 건축법시행령의 규정을 건축법에서 다루도록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BS그룹 회장·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