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수확 적기인 지금은 일 년 중 가장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기다. 벼 역시 생물인 까닭에 신선도가 맛을 좌우한다. 벼를 저장하는 시설이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갓 수확한 벼를 이기지 못한다. 밥맛이 가장 좋은 이 때 좋은 쌀을 선택하는 몇 가지 기준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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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스러운 벼와 윤기 흐르는 쌀. |
‘구수하다, 윤기가 좌르르하다, 고슬고슬하다, 차지다’ 한국인이 맛있는 밥을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 네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충분히 맛있는 밥이다. 문제는 우리가 습관처럼 쓰는 이 표현이 왜 맛있는 밥의 기준이 되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 문제만 해결하면 우리는 같은 비용으로, 동일한 조건에서 훨씬 더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
첫째 ‘구수하다’는 갓 지은 밥에서 나는 좋은 향, 이른바 밥내다. 밥의 향을 화학적으로 분석하면 풀, 버섯, 오이, 팝콘, 꽃, 건초 등에서 나는 향기 성분이 어우러져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이 구수하다고 느끼는 것은 팝콘 냄새에 유난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휘발성을 가진 밥의 향기는 신선한 쌀일수록 선명하다. 바로 지금이다.
둘째 ‘윤기가 좌르르하다’는 도정 일자와 관련된다. 쌀은 대부분 탄수화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미량의 단백질, 지방, 무기질 등을 포함한다. 벼를 도정하면 쌀에 포함된 지방이 공기와 접촉하게 된다. 공기와 접촉한 지방은 산패하기 때문에 밥을 지었을 때 윤기와 풍미를 낮춘다. 때문에 농촌진흥청은 쌀의 상미 기간을 봄 여름에는 도정 후 2주, 가을 겨울에는 도정 후 4주 이내로 권장한다.
셋째 ‘차지다’와 ‘고슬고슬하다’는 물리적 특성이다. 즉 식감이다. 한국인은 찰기 있는 밥을 좋아한다. 찰기는 밥을 씹을 때 느껴지는 끈기다. 그런데 여기에는 딜레마가 있다. 찰기가 그렇게 좋으면 찹쌀을 택하면 될 일인데 멥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 찰기뿐 아니라 밥을 씹을 때의 저항감, 즉 경도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찰기와 경도는 쌀이 가진 아밀로스라는 성분이 결정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아밀로스 성분을 조정해 한국인의 기호에 가장 적합한 찰기와 경도를 가진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쌀의 품질은 벼 수확 후 건조, 저장, 도정 방식 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소비자가 이 모든 조건을 통제할 방법은 없다. 대신 모든 조건을 두루 충족하는 쌀을 택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모든 쌀 포장지에는 ‘품질표시사항’을 표기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몇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수확연도가 2020년인 햅쌀, 도정일자가 구입일 기준으로 일주일 이내, 품종은 ‘혼합’이 아닌 단일 품종명이 표기된 것, 등급은 ‘특, 상, 보통’ 가운데 상 이상. 이 네 가지 기준만 충족하면 충분히 맛있는 밥을 기대할 수 있다.
좋은 쌀을 선택했다면 밥을 어떤 도구로 짓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밥을 짓는 도구는 밥맛에 가장 적은 영향을 끼친다. 그러니 애꿎은 전기밥솥을 탓하기보다 좋은 쌀을 택하시길 권한다. 세상 어떤 조리도구도 원재료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경우는 없다.
맛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