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중독성 있는 리듬과 코로나 시대에 희망 메시지를 전하는 가사로 무장한 다이너마이트가 발매되자마자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차지했고, 해당 뮤직비디오는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시청한 영상’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지미 팰런이 진행하는 미국 NBC 인기 프로그램 ‘더투나잇쇼’는 지난 9월 28일부터 5일간 BTS만을 위한 특별 방송 ‘BTS 위크(Week)’를 이례적으로 편성했다.
그간 한국 대중문화의 해외 진출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높은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해 반짝 이슈에 그친 사례와 비교했을 때 ‘다이너마이트’의 메가 히트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배타적 장벽을 폭발시켜버렸다는 큰 의미를 지니며 BTS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정점에 도달했음을 뜻한다.
스포츠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별개 분야로 보이지만, 사람의 유희적 욕구를 충족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가 생산/소비되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더욱이 두 산업 모두 충성스러운 소비자인 ‘팬’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 따라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정점에 위치한 BTS의 성공은 국내 스포츠산업에 중요한 교훈을 제시한다.
BTS는 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강력한 초국가적 팬덤을 형성했으며, 팬들은 BTS와 관련된 각종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ARMY( 아미)’라고 불리는 BTS 팬클럽은 그 규모와 충성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앞서 언급한 ‘BTS 위크’ 마지막 날 지미 팰런은 “전 세계에서 가장 충성스럽고, 긍정적이며, 재미있는 팬들”이라고 아미를 언급했으며, 주요 외신도 아미가 팬의 단순 집합체를 넘어 사회·경제 세력으로 거듭났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BTS는 어떻게 충성스러운 팬들을 확보했을까?
BTS는 자신들을 따르는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이들의 고민에 진심 어린 ‘공감’을, 그들의 콘텐츠를 통해 메시지로 전달한다. BTS는 아미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공연과 시상식에서 늘 아미에게 감사를 표현하며, 자신들의 성공을 이끌어준 아미를 늘 생각한다. 예를 들어, BTS 멤버 정국은 아미의 상징을 자기 신체에 타투로 새겼고, ‘BTS 위크’ 4일 차에 선보인 경복궁 경회루 ‘소우주(Mikrokosmos)’ 무대에서는 수백 대 드론으로 아미로고를 밤하늘에 수놓았다. BTS는 아미를 단순히 자신들을 따르는 종속적 대상이 아닌 든든한 동료이자 성장을 도와준 후원자로 여기고,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호혜적 파트너십을 만든 것이다.
국내 스포츠팀과 선수들이 팬을 대하는 자세는 어떠한가? 국내 프로 스포츠의 부실한 팬서비스에 대한 논쟁은 늘 있었다. 사인 볼 하나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린 어린 팬의 요청을 외면하는 장면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사인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우려 때문에 사인을 잘 해주지 않는다는 레전드급 선수의 인터뷰는 부실한 팬서비스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심지어 팬들과 싸우는 선수도 있었다. 짐작건대, 이러한 부실한 팬 서비스는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편견, 팬들과의 소통과 교류가 부가적인 서비스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국내 프로스포츠의 팬 서비스 개선을 위한 첫걸음은 교육을 통한 선수의 인식 개선이다. 팬과의 소통과 교류가 그들의 부가적인 직무가 아닌 프로선수로서 주요 직무라는 직업의식을 심을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계 종사자들이 고객서비스 교육 이수가 필수적이듯 프로스포츠에서도 팬 서비스 교육이 필수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은 선수의 프로스포츠 입문 단계에서 해야 하고 주기적인 평가와 보수교육으로 체계성을 갖춰야 한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국내 프로스포츠 업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연세대 농구부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희암 감독이 선수들에게 했던 명언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너희들이 볼펜 한 자루라도 만들어 봤냐? 너희들처럼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 데에도 대접받는 것은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팬들한테 잘해야 한다.”
부경대 해양스포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