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면적이 9만9720㎢로 세계 110위인데, 석유 소비량은 세계 8위라고 한다. 또 원유 수입은 중국, 미국, 인도, 일본에 이어서 세계 5위의 자리에 있다.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독일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이 우리나라보다 석유 수입량이 훨씬 적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더욱이 석유 수입량 세계 15위 이내 국가가 전 세계 석유 수입량의 83.9%를 차지한다.
또 우리나라는 정유산업이 발달해 국내에서 생산한 정제유의 5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는 국가이다 보니 한국은 산유국은 아니지만 전세계 주요 석유 수출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07년 큰 피해를 입힌 허베이 스피릿 사고와 같은 대형 오염사고가 터지면, 방제 작업과 사후 손해배상 문제 등이 짧게는 1, 2년 길게는 20여 년이 지나도 완전히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된다. 반면, 해양오염방제, 보험, 법률서비스 등 수많은 업종과 직업이 공존하는 커다란 산업이 움직이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거대한 정유산업과 석유 소비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반면, 원유의 자체 매장량은 거의 없기에 해상으로 원유를 수입하는 양으로는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한다. 또 정제유의 절반 정도를 수출하므로 유류의 해상 운송량은 더 많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대한해협은 우리나라 울산석유화학단지와 일본으로 운송되는 원유 수송로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양오염사고가 날 위험성은 어느 나라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여건에 따라 우리나라에는 해양오염사고에 대비한 국가방제체제를 구축할 필요성이 크고 이와 동시에 함께 관련 산업이 발달할 여건이 성숙해 있다고 할 수 있다. 1996년 씨 프린스 사고, 2007년 허베이 스피릿 사고 등 대형사고를 몇 차례 겪으면서 해양오염방제 관련 기술이나 노하우 등이 상당히 쌓여 국가방제시스템이나 방제산업이 국제적 경쟁력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해경과 해양환경공단 등 국가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방제 관련 산업이 발전하는 데 다소의 장애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물적 시설 면에서 우리나라 방제 능력은 유회수기 39개소, 파공봉쇄 지원업체 30개소, 유류이적업체 72개소, 고출력 예인선(6000마력 이상급) 312척 등 민간이 보유한 장비와 인력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해양오염사고가 나면 해경의 지휘하에 해양환경공단을 비롯한 민간방제업체가 오염 사고를 유발한 선박이나 해양시설 소유자(오염원인자)와 계약에 따라서 실제 방제작업을 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의 방제 체제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해양오염 확산의 속도와 양상이 급격하지 않다면, 소규모 사고를 수습하기에 현재의 방제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염원인자들이 방제계약을 지연시켜 실질적으로 해경의 초기 대응에 방제작업을 떠넘겨버릴 수 있는 일부 부작용이 있다.
둘째, 소규모 사고에서 해경의 방제작업량이 많아지면, 방제 시장을 국가가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방제업체의 경쟁력이 저하할 우려가 있다. 셋째, 평시 방제업체의 경쟁력제고나 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민간방제자원을 포함해 국가의 방제 능력을 최대한 동원해야 할 대형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할 때 민간 방제업체 역량을 극대화하기가 어려워진다.
해경이나 해양환경공단이 이러한 대형사고를 모두 감당할 수 있는 방제 역량을 갖추는 방법도 있지만, 경험상 약 20년에 한 번 발생할까 말까 하는 대형사고에 대비하려고 해마다 엄청난 재정을 동원하기는 어렵다. 민간 방제업체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해외시장도 개척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방제 시장을 활성화하면서, 사고가 없는 평시에도 방제 업체의 생존이 보장될 수 있는 최소한의 국가 기능 작동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6월 말 해경청은 ‘민간 방제자원관리 및 합리적 비용산정 방안’ 연구에 관한 결과를 발표하고 평시 민간 방제 자원관리와 적정한 방제비용 지급을 제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해경 지휘하에 민간 방제업체가 평시 방제훈련을 하고, 해양오염 사고 초기부터 역량을 갖춘 방제 업체가 자동으로 투입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이 실현된다면, 국가 방제능력을 극대화하면서 민간 방제 시장 활성화가 가능하리라 본다. 해경의 이번 정책 방향은 국가는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현장은 시장에 맡기는 21세기 해양선진국을 향한 첫걸음으로 기대가 크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