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가 연일 뉴스다. 정찰기가 뜨고 전투기를 띄우고 미사일이 날아다닌다. 중국이 실전 군사훈련을 하면 미국이 대규모 해군력과 공군력을 투입해 대립한다. 중국은 격하게 반발해 군대를 동원하여 맞선다. 지난 여름부터 무력 충돌 일보 직전 상황이 계속된다. 세계의 두 군사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마치 전쟁이라도 할 듯이 힘과 힘이 부딪히고 있다.
| |  |
| 그림 서상균 |
이와 같은 상황은 동아시아 지역 전체를 불안정으로 몰아간다. 남중국해 주변의 동남아 국가들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매일 매일 겪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그런데 그것은 비단 남의 일도 아니다. 동아시아 불안정은 한반도에도 영향이 오게 마련이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면 곧바로 우리에게 그 불똥이 튄다.
중국의 가파른 부상에 따라 미국이 견제에 나서고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이 세계체제 패권 경쟁을 벌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대국화에 나선 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미국은 이같은 중국을 자신의 패권에 대한 도전자로 보고 봉쇄하겠다고 나서면서 노골적인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편을 실제로 경험한 바 있다. 바로 사드 배치 갈등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중간에 끼여 심한 홍역을 치렀던 것이다.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결정적 계기는 2008년 금융위기였다. 미국이 치명타를 입은 반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부상하였다. 이후 2010년께부터 중국은 매사에 공세적인 태세를 취하게 된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걸고 ‘중국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2012년 ‘해양강국 건설’을 더욱 구체적인 목표로 설정했다. 육상 강국에 더해 해양 강국을 겸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해양강국 건설 목표는 구체적으로 ‘해양실크로드’ 구상에 의해 실현되리라는 점을 시진핑 주석이 직접 우방국들을 방문하면서 천명했다. 이렇게 짠 국가발전전략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도양으로의 출입이 수월해야 하는데 남중국해를 교통로로서 중국의 직접 영향권 아래 두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인도양의 몰디브와 스리랑카를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이런 위협적 중국을 견제한다면서 ‘재균형’ 정책을 택해 중국과 패권 경쟁을 노골화했다. 외교, 군사안보, 경제,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미중 간 대립과 갈등이 이어졌다. 남중국해 분쟁도 이런 맥락 속에서 악화됐다.
2010년 3월 시진핑 정부는 남중국해가 중국의 영토주권 사항이자 ‘핵심이익’에 속하며, 그런 이상 이는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남중국해 문제의 본질은 영유권 분쟁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즉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남중국해 주변국들과 중국 사이의 영유권 분쟁이기 때문에 제3자인 미국이 개입할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미국 국무부장관이던 힐러리 클린턴은 그해 7월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남중국해는 미국의 이해와도 직결되어 있다고 반격하면서 개입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후 미국은 이른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게 되는바, 미 해군의 구축함이 동원되고 공군의 정찰기가 정찰하는 군사훈련을 했다. ‘항행의 자유’라는 보편적 국제규범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한편 중국의 남중국해 활동을 견제하고자 했던 것이다. 중국 역시 남중국해역에서 지속적으로 해경과 해군 훈련을 실시했다. 2014년 이후에는 러시아와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등 군사적 맞대응을 해왔다.
2016년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상황이 한층 악화됐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 해군은 모두 4차례 군사 항해를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남중국해에서 벌써 8차례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미국은 중국의 해양강국 건설 추진에 대해 일본, 호주, 인도와 더불어 ‘인도 태평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인도 태평양 전략은 주로 군사적인 개념이지만 미국이 동남아 지역에 투자를 늘리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 벌이는 군사훈련도 이 맥락에서 전개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패권 경쟁은 앞서 지적한 바대로 동아시아 지역 정세의 불안정을 야기한다. 역내 동남아 국가들에 심각한 딜레마를 안겨주고 큰 압박을 가한다. 미국은 미국대로 이들을 자신의 영향권 안에 두고자 하는 압박을 가하고 있고, 중국은 그 나름의 영향력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떻고, 한반도는 어떠한가. 비유하자면,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막 몰려오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태풍을 향해 달려갈 바보는 없다. 태풍은 피해야 하며 이웃과의 협력을 통해 피해를 예방해야 마땅하다.
우선,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양자택일의 질문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우리 외교는 근본적으로 다른 프레임, 다른 인식, 다른 언어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동아시아 공동체’ 비전을 다시 한번 밝힐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반도는 신냉전의 소용돌이에 휘둘리는 일이 없을 것임을 밝혀야 한다. 군사적 갈등의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고, 평화와 공동 번영 행위자들과의 유대 및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중견국 유대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어느 한 쪽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야 하나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중견국 네트워크가 영향권이 되어 대국주의 위력이 통하지 않음을 보여야 한다.
경남대 석좌교수·전 주일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