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의 상징과 같은 현상이 매미 울음소리다. 하지만 일상의 피로에 지친 현대인에게는 불청객이나 마찬가지다. 도심 주택가에서 밤낮없이 수시로 들리고, 늦은 밤시간까지 귀가 따갑도록 울어대서다. 사실 매미는 빛에 반응해 이동하는 성질의 ‘주광성’ 곤충이라, 원래는 낮에 울고 밤에는 울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도시 지역에서는 가로등이나 건물 네온사인 따위의 각종 인공 불빛 탓에 밤을 낮으로 착각해 운다는 얘기다. 이는 10년 전 국립환경과학원 등의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즉, 매미가 우는 곳에는 그 나무 가까이에 인공 조명이 설치돼 있는 공통점이 나타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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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빛 공해’로 인한 피해는 부지기수다. 생태계 교란이 가장 대표적이다. 인공 조명의 과도한 사용으로 곤충이 길을 잃게 만드는 걸 비롯해 동·식물의 생장과 교미, 행동에 악영향을 미친다. 도시민이 겪는 고통은 말할 나위가 없다. 수면 방해와 생활 불편, 눈부심 등이 주로 꼽힌다. 그도 그렇지만 암 발생과의 상관관계는 심각한 문제다. 빛 공해에 장기간 노출되면, 뇌 기능 저하 등은 물론 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국내 대학병원의 연구결과가 나온 게 6년 전이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빛을 공해로 인식하고 대책을 추진해 왔다. 미국은 1972년 애리조나 주에서 ‘빛 공해 방지법’를 제정한 게 시초 격이다. 이후 100개가 넘는 도시가 관련 법규·조례를 잇따라 만들었다. 영국은 1990년께 공론화가 이뤄졌다. 이를 토대로 2005년 인공 조명을 제재할 수 있는 법규 조항이 신설되었다. 조명을 사용 목적과 용도별로 분류해 그 쎄기와 시간·종류 등의 준수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부산시가 빛 공해 대책으로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그제 발표했다. 시내 전역을 자연녹지와 보전녹지, 주거, 상업·공업지역 등의 4개 구역으로 나눠 인공 조명의 밝기를 각각 다르게 적용한다는 얘기다. 서울 인천 광주 등의 대도시에서 이런 제도를 이미 시행 중인 데다, 근래 빛 공해 관련 민원이 급증하는 걸 감안하면 뒤늦은 감이 든다. 게다가 부산지역은 전체 설치 조명 중 35%가 빛 허용 기준을 초과한 상태다.
빛은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다. 그러나 지나친 인공 조명은 우리 생태계와 시민 건강 등을 해치고 에너지 낭비도 부채질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적절히 제한되어야 마땅하다. 이제는 눈 부신 야경보다 ‘별 헤는 밤’의 도시가 각광받는 시대로 가는 듯하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