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마을에는 마을을 지키는 나무들이 있다. ’당산나무‘라 불리는 이 커다란 나무는 동네 입구를 지키는데, 보통 느티나무와 은행나무이다. 이 나무들은 마을의 지킴이로서 귀하게 생각하는데, 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여 신격화되기도 한다. 평상시 동네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놀기도 하고, 명절이나 특별한 날 제사와 같은 기원 행사를 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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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재 정선 ‘사직송’.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
당산나무 못지않게 많이 만나는 나무가 향나무이다. 향나무는 전국의 궁궐, 절, 서원, 향교 등에 많이 심어졌는데, 제사 지낼 때 향을 피우는 오랜 풍습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전국 많은 유적지에서 멋진 향나무를 볼 수 있다. 향나무는 특히 오래되면 구부러지면서 자라는 특성이 있는데, 구불구불한 모습이 마치 용트림을 하면서 오르는 것 같아 더욱 신비로움이 강하다. 근래에 본 것으로는 창덕궁, 신륵사 등에서 본 향나무가 참으로 인상 깊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지키는 수호천사 같은 나무는 무엇일까? 단연 소나무가 아닐까 싶다. 애국가에도 ’남산 위의 저 소나무‘라는 구절이 나오듯이 전국의 산 어느 곳이나 소나무로 가득 차 있다. 얼마 전 경기도 이천에 갔다가 특별한 소나무를 보았다. ’반룡송(蟠龍松)‘이라 불리는 이 거대한 소나무는 모양새도 매우 기묘할뿐더러 신령스런 기운까지 느껴졌다. 구불구불 올라가며 옆으로 퍼진 나무 가지 규모는 직경 10m는 되어 보였다. 나무의 기운이 매우 영험하여 주변에서 큰 인물이 많이 나왔고, 지금도 무당들이 몰래 와 치성을 지내고 간다고 한다.
기묘한 ’반룡송‘을 보고 있자니 조선 최고 화가인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의 유별난 그림 ‘사직송(社稷松)’이 떠올랐다. ‘사직송’은 몇 백년은 됨직한 구불구불한 고송 한 그루를 그린 것으로 경복궁 옆 사직단에 있던 소나무를 그린 것이다. 정선은 인왕산 아래 살아 근처에 있는 사직단을 자주 찾아 사직단 전경이나 사직송을 그렸다. 사직단은 농경사회인 조선의 토지신과 곡물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곳이니 사직송도 조선의 안위를 상징하는 나무라 할 만하다.
한 뿌리에서 자라난 소나무 가지가 주로 우측으로 몰려 자라고 있는데, 그 가지들이 너무 크고 오래돼 땅까지 닿아 스스로 지탱할 수 없게 되었다. 나무를 살리기 위해 12개 정도의 지지대를 세워 놓았다. 화면 가득히 그려진 소나무의 구불구불한 형태와 사방으로 퍼진 모습은 마치 조선의 굴곡진 역사를 상징하는 듯하다. 아쉽게도 지금 사직단엔 이 소나무가 남아 있지 않다. 혹 조선의 운명과 함께 사직송의 수명도 다했는지 모르겠다.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