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인(海道人) 홍현주(洪顯周)는 12세 때 정조의 부마가 되어 ‘영명위(永明尉)’에 봉해졌다. 그의 배필은 정조와 수빈 박씨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 숙선옹주(淑善翁主)로 순조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홍현주는 뛰어난 문장가였으며, 시문과 서화 등을 잘하였고, 차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는 정약용 김정희 초의선사 정학연 등 당대 최고 문사와 교분을 나누었을 뿐만 아니라, 청나라 문인인 오숭량, 옹수곤 등과도 시문을 통해 교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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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시대 정조의 사위 홍현주가 그린 ‘소림모옥도’. |
‘소림모옥도’는 본래 화첩 중 한 장이었는데, 따로 떼어져 공식적으로는 학계에 처음 보고되는 작품이다. 화제에 ‘방원인필법(倣元人筆法)’이라 적혀 있는데, 이는 원나라 예찬(倪瓚, 1301- 1374)의 필법으로 그렸다는 의미이다. 이 작품의 주제인 ‘소림모옥(疏林茅屋)’은 ‘고목 사이로 쓸쓸히 자리 잡은 초가집’이다. 이러한 형식은 예찬에 의해 주로 그려지며 화단에 유행하게 되었다. 갈필로 먹을 아껴 까슬까슬하게 그려 탈속의 풍모를 보이는 이런 양식은 조선 시대 김정희에 의해 본격적으로 수용돼 조선후기 문인화의 전형을 이룬다.
홍현주는 품성이 참 맑았던 모양이다. 대체로 그의 그림은 모두 필선이 단정하고 화면 구성 또한 깔끔하다. 작가의 마음이 그림 속에 투영되는 듯하다. 근경과 중경 두 부분으로 나누어 단순한 구성을 하였다. 보통 주제에서 벗어난 뒤쪽의 산은 특징 없이 단순하게 처리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둔탁한 산이 툭하고 자리 잡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미술의 기법 면에서 미숙해 보이는 데도 그리 어색하지 많고 격조가 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선과 면을 이루는 붓질의 솜씨와 그림에 맞추어 쓴 글씨의 격조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작품 속에 보이는 ‘순결함’, 그 정갈하고 투명한 느낌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은 감상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그의 작품은 10여 점에 불과한데, 어느 한 점 방만하거나 눈에 거슬리는 수준 낮은 것이 없다. 결벽증에 가까운 단정한 성품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폭넓은 교유 관계 등을 보면 더 많은 작품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많은 작품이 발견돼 그동안 문자 그대로의 ‘문인화가’로서 뿐만 아니라 ‘전문화가’로서 연구 대상이 되었으면 한다. 이 작품은 본래 해방 후 미 군정청 시절 서울시장을 지낸 저명한 관료인 지우(至愚) 이범승(李範昇, 1887-1976)이 소장하던 작품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그는 서화를 많이 수집했는데, 김정희 김홍도 이인문 등 뛰어난 작가의 좋은 작품이 많았다.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