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지방선거 때 기자는 오거돈 당시 열린우리당 부산시장 후보의 마크맨이었다. 벌써 14년 전 일이다.
오 전 시장이 2004년 보궐선거 패배 후 해수부 장관까지 역임하고 돌아와 시도한 두 번째 도전이었으니, 그의 첫 시장 도전은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의 요청에 마지못해 두 번째 출마에 나선 것이란 얘기도 있었고, 초보 기자인 내 눈에도 어쩐지 신이 나서 선거운동을 하는 느낌은 없었다. 현역 허남식 시장과의 대결은 좀 더 버거워졌고, 첫 대결보다 낮은 득표율로 오 전 시장은 패했다.
2014년 오 전 시장은 당 간판을 뗀 채 오렌지색 옷을 입고 무소속 시민후보라는 이름으로 나섰고, 1%포인트 차이로 세 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그렇게 오 전 시장은 ‘밀린 숙제하듯’ 시장 선거 때마다 나섰고, 2018년 네 번째 도전에서야 웃을 수 있었다.
지난달 23일 오 전 시장이 충격적인 성추행 사건으로 1년여 만에 불명예 사퇴하던 날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장을 하려면 16년 전 그때 했어야 한다고.
오 전 시장 취임 후 시 주변에서는 “그렇게 아이디어 많고 추진력 있던 오 시장이 예전 같지 않더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감이 떨어진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나이도 있고 건강 문제도 있다 보니 ‘재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고, 조직 내부에서도 영이 안 섰던 것 같다. ‘감각이 무뎌진’ 인물이 350만 부산시정을 이끄는 수장이라면 부산 시민으로선 참 불행한 일이다. 비단 생물학적 나이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 시민도 이제 ‘전성기’의 부산시장을 갖고 싶다. 가장 감각 있고, 저돌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때 부산시정을 맡았으면 좋겠다. 국회의원 할 만큼 하고, 공직생활 마무리할 때 가는 자리가 아니라, 최고로 ‘물이 오른’ 시점에 시장직을 수행했으면 좋겠다.
부산은 개방성과 역동성이 생명이다. 개방적이고 역동적일 때 발전했고, 그렇지 못할 때 정체됐다. 최근에 만난 한 여권 인사는 “이번엔 좀 젊은 인물, 좀 ‘똘기 있는’ 인물이 나설 때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부산이 비상상황이다. 무난한 선택을 하면 또 무난하게 쇠퇴하고 말 것이기에 이제는 젊고 활력 있는 부산시장을 꿈꾼다.
서울정치부 차장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