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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나는 유튜버다 /안병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13 19:39:18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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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말이 엉켰다. 벌써 세 번째다. 정돈된 머리 속과 달리 입으로 뱉어내는 언어는 자꾸 뭉그러진다. 마음 같지 않기로는 편집도 마찬가지다. 촬영한 영상을 자르고 붙이고, 자막을 넣고, 배경음악을 깔다 보면 서너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이 모든 게 코로나19 ‘때문’, 아니 코로나19 ‘덕분’이다.

“유튜브, 안 하세요?” 지인들의 권유성 질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들었다. 그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모모 기업들의 의뢰로 지금껏 꽤나 많은 동영상 강의를 찍었다. 카메라 앞에서 혼자 떠드는 강의는 참으로 민망했다. 완벽한 혼잣말. 아무도 없는 텅 빈 무대 위에 혼자 선 느낌이랄까.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며 함께 호흡하는 오프라인 강의와는 전혀 다른 문법이 지배하는 세계였다.

오프라인에서의 강의와 자문, 거기다가 써야 할 글과 책 등, 일은 많았다. 굳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부러 할 이유가 없었다. 유명 유튜버 사례는 흥미로운 마케팅 연구주제일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올 봄,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쳤다. 잇따르던 강의와 자문이 언제 그랬냐는 듯, 뚝 끊겨버렸다. 섭외와 요청의 연락 대신 취소와 연기의 연락이 이어졌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다 이름 모를 어느 시대에 불시착한 기분이었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과거 방식을 고수하는 게 인간 본능이다. 새로운 변화를 우리 뇌가 불편해 해서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전문가도 ‘경험의 감옥’에 쉬이 갇히는 이유다. 평화롭던 나의 일상이 어느 순간, 헤어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든다. 답습의 결과이며, 혁신의 이유다. “지금까지 매일 주인이 맛난 먹이를 주었으니 오늘도 그러겠지.” 칠면조의 생각은 틀렸다. 주인은 칠면조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추수감사절 전날이었다. 알량한 경험에서 나온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하는 칠면조의 우화다.

“‘80년 노동’ 시대엔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자기 발전을 하고, 재교육을 받고, 자기 자신에게 재투자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일의 미래’의 저자 린다 그래튼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의 말이다. 60살까지 일하다 80살에 삶을 마무리했던 건 옛날얘기다. 바야흐로 ‘100세 수명 시대’. 이제는 100년을 살면서 80년을 일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직장에서 한 업무로 평생 일하다 정년퇴직하던 삶의 패턴은, 그래서 유효기간이 끝났다. 부단한 자기계발을 통해 새로운 커리어를 추가해 나가야 한다. 특정 주제를 정해 3~4년 공부하고 또 다음 주제로 넘어가고!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학습법이다. 어제의 나와 결별함으로써 내일의 나를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혁신이다.

지금껏 ‘혁신가이드’를 자처하며 많은 기업과 조직의 리더와 CEO에게 혁신을 역설했다. “예민하고 섬세한 촉수로 변화를 읽어내고, 유연하고 민첩하게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쓰고 말했다. 그런데 웬걸, 나 자신이 ‘어리석은 칠면조’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유튜브를 외면했던 진짜 이유는, 두려움이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부지불식간에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었던 거다. 어제의 방법으로 오늘을 살아서는 전혀 다른 내일을 기대할 수는 없는 법. 사랑을 원한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 혁신도 그렇다. 나를 가뒀던 구습(舊習)의 상자를 깨부숴야 한다.

춘래불사춘.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니다.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 모든 것을 바꿔놓아서다. 대면접촉의 비즈니스와 연관산업이 순식간에 파괴됐다. ‘언택트(Untact)’ 세상에서 ‘콘택트(Contact)’만 고집해선 미래가 없다. 그래서 도전한 작은 혁신, 유튜브. 막상 해보니 또 못할 것도 없다. 준비물은 한 뼘 크기 용기 한 조각. 가볍게 시작해 즐겁게 이어가는 혁신 놀이다.

2020년 봄을 기점으로 세상은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혁명적 변화의 결과다. 늘 그렇듯, ‘변화’가 문제라면, 해답은 ‘혁신’이다. ‘○○ 때문에 억지로’ 해서는 혁신일 수 없다. ‘○○ 덕분에 기꺼이’ 해야 혁신이다. 조금은 서툴지만, 오늘도 유튜브 바다를 신나게 헤엄쳐 다니는 이유다. 연구와 강의, 자문과 저술이라는 내 커리어에 또 하나 추가된 한 줄. 이제 나는 유튜버다. 코로나19 덕분이다.

열린비즈랩 대표·‘숨은혁신찾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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