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구매한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느새 나는 소비자이다. 커피를 마시고 휴대전화에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저녁에는 필라테스 학원에 가서 운동을 하는 것도 소비행동이다.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 또는 이용하는 것이 물품일 수도 있고 서비스일 수도 있다. 이때 한 번쯤은 구입한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소비자 고발의 유형이 예전에는 구매한 물품의 품질이나 기능에 집중되었다면 최근에는 계약이나 판매방법 같은 서비스 부문으로 다각화되고 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소비자들도 상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신중하게 구매하고자 한다. 판매자 또한 소비자의 욕구를 세분화하여 판매방법이나 계약체결 방법을 달리해 마케팅한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홈쇼핑·방문판매·텔레마케팅은 물론이고 이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이용한 마케팅도 보편화됐다.
만약 물품을 구매했는데 예상했던 기능에 미치지 못하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면 교환을 하거나 환불을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이 판매자에게 환불을 요청하는 것을 ‘청약철회’라고 한다. 현행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소비자들이 TV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몰에서 물품을 구입했다면 물품을 공급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상품을 수령한 때부터 7일 이내에 반품하지 않으면 사업자의 의사에 반하여 청약철회를 요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7일 이내라고 해서 무조건 청약철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어떤 상황에서 청약철회가 불가능한지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 상품 확인을 위해 포장만을 개봉했다면 청약철회가 가능하지만 상품을 사용하거나 훼손한 경우는 청약철회가 어렵다. 또한 식품과 같이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제품도 시간이 지나면 재판매가 곤란하므로 청약철회는 불가능하다. 주문에 의해 개별적으로 생산되는 제품도 판매자가 사전에 소비자에게 고지하거나 서면동의를 구한 경우라면 청약철회는 곤란하다.
택배로 제품을 받아보면 상자 겉면에 ‘개봉하시면 교환 및 환불이 불가합니다’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 스티커를 제거하고 상품 포장을 뜯으면 정말로 환불받을 수 없을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세계와 우리홈쇼핑에 각각 시정명령과 과태료 부과처분을 했다. 그 이유는 바로 가정용 튀김기와 공기청정기에 ‘상품 구매 후 개봉(BOX/포장)을 하시면 교환 및 환불이 불가합니다’는 내용의 스티커를 부착하여 판매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법에는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재화 등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는 청약철회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재화 등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하고 있다. 즉 ‘개봉 시 환불 불가’ 스티커는 법적 효력이 없는 셈이다.
또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단순 변심에 의한 환불은 불가합니다’는 공지를 띄워놓고 환불이나 반품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는데 얼핏 생각해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이 또한 전자상거래법에 위반된다.
이와 같이 온라인이나 TV홈쇼핑을 통한 구매의 경우에 환불 절차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약 철회나 환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있는데, 바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개인으로부터 물건을 샀을 때다. 그러므로 SNS의 1인 마켓에서 상품을 구매하고자 할 때에는 판매자가 사업자등록을 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정보화에 따라 소비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통해 많은 혜택을 받기도 하지만 이면에는 부당광고·과장광고나 공격적인 판매로 인한 피해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 국가가 상대적 약자인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각종 법과 정책을 도입하고 있지만 이제 일방적인 보호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소비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비교하여 활용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변호사 ·법무법인 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