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COVID-19) 공포가 사라진다고 해도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라는 초유의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를 강타한 이번 팬데믹(Pandemic)은 20세기 말부터 급속히 진행된 세계화(globalization)가 초래한 재난이다. 세계화가 가져온 COVID-19의 전례 없이 높은 전염성과 영리하게 은폐된 치명성의 결과는 폐쇄와 고립이다. 세계화에 대한 대응이 결국 ‘반(反)세계화’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각 국가는 국경을 차단하고 입국을 제한하는 등 폐쇄적 국가로 치닫고 있다.
세계화를 이룬 주역 산업들도 고통받고 있다. 여행산업과 항공산업, 해운산업 등이 겪는 상황을 보면 쉽게 확인된다. 사람을 서비스 대상으로 하는 항공산업과 여행산업은 고사 직전이다.
해운산업도 마찬가지다. 파산으로 귀결된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선박 입출항, 선박 검사, 선원 교대 등 선박 운항에 필수적인 활동이 제한받고 있다.
세계 항만들도 국제무역 위축에 따라 물동량 감소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유럽 물류 중심지인 로테르담항은 코로나19 사태로 25% 정도 물동량이 증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항만도 물동량이 많이 줄 것이라는 예상이 계속 나온다.
이런 가운데 부산항의 대응과 성과는 글로벌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부산항만공사(BPA)의 훌륭한 선제 조치를 국제기구와 세계 항만에 적극 알릴 것”이라고 극찬했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한 백업(backup) 시스템 가동, 비상계획 수립, 국제항만협회(IAPH) 산하 TF 참여, 세계 주요 10개 항만회의 참여, 항만공사 라운드테이블(PAR) 참여, 한국의 바이러스 대응 노하우 전파 등이 바로 그것이다.
모범적 대응은 성과로도 나타났다. 올해 3월까지 부산항의 컨테이너 실적은 541만9000여 TEU로 전년 대비 3.0% 늘었다.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제3국으로 가는 환적은 무려 10.6%나 증가했다. 괜찮은 성과다. 4월 실적에 대해서는 부정적 전망이 많았지만, 예상을 깨고 꽤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 항운노조원 7000여 명을 비롯해 항만 관련 산업 종사자 5만5000명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도 놀랄 만한 일이다. 터미널을 폐쇄하지도 않고, 전면적 재택근무도 없이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칭찬받을 만하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결국 환경과 조화되는 개발·성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보다 강력한 기후변화에 맞서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해운과 항만의 발전을 이뤄야 한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키워드는 스마트화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과 가치를 활용한 차세대 스마트 해운·항만사업을 적극 추진할 수밖에 없다. 가장 주목할 것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국제기구, 산업단체, 국가 등이 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해운회의소(ICS)와 국제항만협회(IAPH)가 공동으로 국제해사기구(IMO), 세계무역기구(WTO),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노동기구(ILO),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에 서한을 보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도 IMO에 서한을 보냈다. 선박 입출항과 선원 승하선 등에 관한 것이다.
또한 싱가포르와 뉴질랜드의 공동성명, 싱가포르와 6개국 공동성명, 싱가포르 등 20개 항만 당국의 COVID-19 선언, 싱가포르 선박관리회사를 중심으로 출범한 12개 해운기업 동맹의 공동성명도 잇따랐다. 모두 글로벌 공급사슬과 무역, 항만 운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자는 내용이다. 각 국제기구, 기업 등이 이처럼 움직이는 것은 앞으로 더욱 큰 단위 협력기구가 등장할 수도 있음을 예고한다. 초국경적 협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부산항은 세계를 리드할 선도자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제적으로 보면 IAPH의 대륙별 부회장에도 들어 있지 않다. BPA는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사라는 제도적 틀에 묶여 있다.
선진국의 PA(Port Authority)도 아니고, 그렇다고 투자·운영을 직접 하는 기업(corporate)도 아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위기를 부산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키워드를 찾아내고, 현명하고 용기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국제정치, 기후변화, 바이러스 등에 의해 끊어지고 있는 글로벌 공급 사슬을 다시 이어야 한다. ‘세계화 시즌2’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평택대 국제물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