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예전 총선 때 같으면 각 당에서 한 명이라도 더 당선시키려고 온갖 정책을 쏟아내고 후보자들은 발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유권자를 한 명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뛰어다니고 거리에는 현수막이 물결을 이뤘을 텐데 코로나19로 이번 총선은 비교적 조용하다. 초기엔 “총선이 실종된 것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국민을 대표해 국회에 보내놓으면 여당 야당 나뉘어 비본질적인 문제로 밀고 당기고 하던 것을 볼 때는 저 짓 하려고 그토록 한 표 달라고 애걸복걸했는가 싶어 애처롭고 한심스러울 때도 많았다. 국회의원 300명 중 4년 동안 누가 법안 발의를 과연 몇 건이나 했으며 본회의에 상정되어 통과된 것은 몇 건인지 묻고 싶다. 필자는 국민으로서 정치를 40년간 봐왔는데 이번 20대 국회가 내보인 정치는 처음 본 것 같다.
제21대 4·15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20대 국회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무조건 당선만 되고 보자는 그릇된 마음을 버려야 후진적인 한국 정치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도 출마자들이 내놓은 공약이 실현 불가능한지 가능한지 잘 판단해야 낡은 정치 행태를 바꿀 수 있다. 더는 국민의 바람을 외면하는 정치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일하는 국가공무원이다. 정치가 발전하고 안 하고는 유권자 몫이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우리 정치를 성숙한 정치로 한 단계 올려놓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낡아빠진 정치 풍토를 확 바꿀 수 없을까? 진영 간 적대감을 버리고, 당리당략으로 비상식적으로 국회 운영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총선만 되면 얼토당토않은 공약을 남발하거나 분열 증오 거짓을 조장하는 정치인에게 있다. 또한 과연 우리나라와 내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인가 냉철하게 따져보지 않고 당선시켜 주는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러니 정치인만 나무랄 수도 없다.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정말 새 마음 새 각오로 임해야 한다.
필자는 우리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면 국회의원 당선 가능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 실질적 ‘임기 제한’을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경각심을 갖고 일하는 국회가 될 것이다. 국회에 들어가면 2, 3선을 하는 경우도 많고 6, 7선까지도 한다. 임기가 4년이니 경우에 따라 20년 이상 국회 안에 있는 셈인데 국회가 입법기관이지 개인 일자리인가. 밥값을 하고 세비를 받는다면 모르겠는데 과연 많은 국회의원이 그러한가.
또 한 가지, 전문성 품격 진실함을 눈여겨보자고 제안한다. 우리나라 공천 과정을 보면 사회적으로 조금만 인기나 지명도가 있다 싶으면 영입하니, 전문성과 실력과 품격과 진실함을 검증하는 데 소홀해지는 것 아닌가. 국민이 국회로 보낼 때는 법을 만들라고 보냈지 내 편 네 편 편 갈라 싸움만 하라고 보낸 것이 아니지 않는가. 국회의원을 안 뽑을 수는 없다. 법은 만들어야 하며, 국가를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이 만드는 법에 따라 국민이 생활하지 않는가.
이 글을 쓰는 필자는 뇌병변장애인이다. 장애인인 필자에게 가장 피부에 와 닿은 큰 변화는 장애인을 대하는 비장애인의 의식 변화다. 1970, 1980년대만 해도 장애인이 생활하기가 매우 열악했다. 국회에서 장애인복지법을 그래도 잘 만들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격차를 좁혀졌기에 더 동등하고 더 낫게 생활하고 있음을 느낀다. 일일이 열거하지 못하지만, 가장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어 활짝 열어준 제도를 꼽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신체적 조건이 매우 좋지 않은 장애인이라도 활동보조인이 1 대 1로 매칭되어 일상생활 전반에서 도움을 받는 제도를 꼽겠다. 장애에 따른 제약이 꽤 줄었다.
이런 점에서 결국 국회의원이 법을 잘 만들어 주었기에 더 나아진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그만큼 국회의원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부산지회 전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