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의 2016년 보장률은 62.6%였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임기 내에 70%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2017년 8월 9일 문 대통령은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 하나로’ 치료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언론에서는 이 정책을 ‘문재인 케어’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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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서상균 |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생기는 전체 의료비 중 국민건강보험이 부담하는 의료비 비율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보장률은 80%이다. ‘문재인 케어’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62.6%에서 2022년 70%로 높아지더라도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여전히 10%포인트나 낮다.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장률을 OECD 평균 수준인 80%까지 높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하나로’ 전략의 1단계 정책 패키지에 해당하며, 다음 정부에서 2단계 정책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일부 비판자는 건강보험 보장률이 높아지면 재정적 지속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문재인 케어를 비판한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높아져 의료 이용 시점에서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낮아지면 도덕적 해이로 인해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늘고, 결국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논리다. 한마디로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지속 가능성과 반비례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반대로 보장률이 OECD 평균 수준(80%)까지 높아지면 지속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즉, 건강보험의 보장률과 지속 가능성은 반비례가 아니라 정비례 관계에 있다. 이게 진실이다.
이 논리를 쉽게 알아보기 위해 문재인 케어가 제기된 이유부터 살펴보자. 그동안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보장률이 너무 낮아 의료비 불안이 심했고, 이는 각자도생의 민간의료보험 가입과 팽창에 따른 비효율의 확대와 계층 간 양적·질적 의료이용 격차 심화로 이어졌다. ‘2015년 의료패널 심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77%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했고, 가구당 평균 가입 개수도 4.8개나 되고, 가구당 월 평균 보험료는 28만8000원이었다. 당시 가구당 월 건강보험료가 9만 원이었으니 배보다 배꼽이 3배나 컸다. 소득재분배 효과에 따라 중·저소득층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국민건강보험은 역할이 작고, 나머지 부담을 민간의료보험과 본인부담의료비가 감당했던 것이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건강보험료는 소득에 정률로 부과되므로 소득이 높을수록 많이 낸다. 또 고용주가 근로자 건강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고, 국고에서 재정을 지원한다. 이렇듯 건강보험은 계층 간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게 작동한다. 덕분에 고용주와 고소득층에 비해 근로자와 중·저소득층에게 유리하다. 그래서 선진 복지국가일수록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서는 민간의료보험이 필요 없다. 의료 이용 시점에서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건강보험 하나로’ 세상인데, 명백한 사실은 이런 나라일수록 건강보장 제도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중 부담 체계(건강보험료+민간의료보험료+본인부담의료비)가 작동한다.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는 대신 국민 대다수는 의료비 불안 해소책으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본인부담의료비도 만만찮게 내야 한다. 이는 서민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게도 엄청난 짐이 됐다. 실제로 많은 경우 큰 병에 걸리면 가계가 파탄 나거나 기초수급자로 전락했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낮아 초래된 의료비 불안은 중요한 민생 이슈였다. 그래서 OECD 평균 수준의 보장성을 달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시민사회에 형성됐고, 첫 출발이 문재인 케어였다. 즉, ‘3중 부담’ 체계를 ‘건강보험 하나로’ 체계로 전환해야 의료비 불안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성도 높일 수 있게 된다.
문재인 케어는 보장률 70% 달성을 위해 비급여의 전면적 급여화를 추진하고, 아동·여성·노인 등 취약 인구의 보장률을 높이고, 서민·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강화하려는 정책 기획이다. 대다수 국민은 문재인 케어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여긴다. 의료 이용을 했던 사람들이 정책 효과를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 케어는 국정과제 정책 만족도 조사에서 늘 최상위를 차지한다. 특히, 중증 질환으로 의료 이용을 한 사람들은 보장성 향상의 효능을 더 크게 체감한다. 문재인 케어가 중증·고액 질환 중심으로 ‘비급여의 급여화’를 우선적으로 단행했기 때문인데, 실제로 2018년 중증·고액 30위 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81.2%였다. 이는 2018년 전체 건강보험 보장률 63.8%에 비해 크게 높다.
이런 추세라면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 70% 목표를 달성하고, 중증·고액 30위 질환의 보장률은 85%를 넘을 전망이다. 문재인 케어의 강력한 추진으로 의료비 불안이 줄고 ‘건강보험 하나로’ 체계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그럼에도 민간의료보험 의존도는 그대로다. 여전히 ‘3중 부담 체계’가 유지되는데, 이래서는 건강보험 보장성도 지속 가능성도 모두 무너진다. 게다가 인구 구조의 위기가 최악 조건으로 주어졌다. 2025년이면 노인 인구 20%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생산연령인구는 내년부터 해마다 평균 35만 명이 줄어든다.
유일한 해법은 ‘3중 부담’ 체계를 ‘건강보험 하나로’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수입을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 건강보험료율을 선진국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부과 기반을 확대하며, 국고 지원을 확충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도록 하고, 본인부담률이 낮아지면, 가계 지출은 오히려 줄어든다. 또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 외래방문과 입원일수를 줄이고, 의료제공체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보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건강보험 하나로’ 체계를 향한 국민·의료계·정부 간 대타협이 절실하다.
제주대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