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봄날은 간다’가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요라는 소식을 몇 년 전 들은 적이 있다. 봄이 주는 설렘이나 기쁨의 느낌과는 상반되게 슬픈 가사의 곡조다. 원래 백설희가 불렀는데 이후 여러 가수가 리메이크해 인기를 얻었다.
특정 부류의 집단이 선호한다고 해서 관심을 받은 경우지만, ‘시인’이기 때문에 애상적인 노래를 좋아한다는 선입견은 버리는 게 좋을 듯하다. 이 조사를 시행하기 전후로 그 노래가 여러 가수를 통해 불렸고, 웬일인지 모르겠지만 각종 매체에서 이 노래를 자주 들려주었기에 시인들에게 영향과 아울러 호감을 주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인이 선호하는 노래라 해서 특별한 사회문화적 현상으로까지 확대 해석하는 건 무리이지 싶다. 다만, 필자가 염두에 두고 싶은 건 특정 집단과 그 집단의 감성을 조직하고 일반화하는 무의식적인 대중심리의 상관관계이다.
프랑스의 문학비평가인 루시앙 골드만은 문학사회학적 비평 방법론을 통해 작품과 특정 사회집단의 구조적 유사성과 상동(相同) 관계에 주목했다. 작품과 사회집단 및 집단의식의 관계에 천착해온 그의 이론을 내 나름대로 간단히 정리하면, ‘자기표현과 생각은 자신이 속한 부류의 세계관·이데올로기와 무관하지 않다’이다.
어떤 사안을 두고 생각이 다르고 의견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당신과 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과 가치관과 의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신과 내가 의견이 일치하는 이유도 보편적인 상식과 경험에 근거한 오래된 가치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견 불일치가 개인 영역을 넘어 집단 사이 대립과 사회갈등으로까지 확장될 때 문제가 생긴다.
집단의 대립과 갈등이 인류 역사 발전의 동력이라는 이론도 따지고 보면 특정 집단 이데올로기를 옹호하기 위한 사회과학적 ‘윤색’이 아닐까. 현실은 이론처럼 명쾌하지도 않고 과학적이지도 않다. 어떤 사회현상을 두고 원인과 해결책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특정 집단의 의지와 무관한 개입이 두드러진다고 해서 현상의 책임을 그쪽에 전가하는 태도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 불행한 현상 이면에는 늘 상대와 자신을 차별화하면서 집단의 욕망을 궁극에까지 치닫게 했던 메커니즘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알아야 하겠다.
봄날의 정취와 풍경을 앞두고 이 나라에 퍼진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날로 커진다. 이 과정에서 특정 종교집단이 신종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집중포화를 받는다. 청와대에 그 조직의 강제 해산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진행 중이다. 또한 음모론과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거짓 뉴스가 SNS와 유튜브를 통해 사람을 ‘전염’시킨다. 사람들은 정부와 공식 매체를 통한 정확한 정보와 ‘카더라 통신’처럼 근거도 없이 활개치는 소문 사이를 오간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이성적 추론과 판단보다 불안한 사회 분위기 속에 자라난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느낌에 좀 더 기울어지는 경향이 혼란한 세상에서는 두드러진다. 특히 전염병이 확산될 때는 혼란과 불안이 가중되기 마련이다.
바이러스 자체는 악이 아니다. 악은 실체가 아니라 만들어지는 ‘생성의 개념’에 가깝다.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공포에 떠는 때일수록 사람들은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데 큰 몫을 한 집단 구성원의 동선과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도 중요하지만, 더욱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사회적 혼란이 극에 달할 때 공동체는 혼란을 야기한 최초의 원인자를 찾고 싶어 한다. 최초 원인이 불분명해지면 확산 지역과 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특정 집단에 눈초리를 돌린다. 그러고는 마치 사회악인 양 달려든다. 대중 오해와 편견이 이런 상황과 맞물려 일종의 신화처럼 정착한다. 그리고 그 집단 구성원의 사고와 감성에 무의식적 대중 심리를 투영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악’은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박멸해야 할 기생충으로 변신하고, 사람들은 이들 집단 또는 대상에 대한 인식을 그 집단이나 대상의 정체성으로 규정한다.
필자가 주목하는 점은 특정 집단이나 대상의 옹호나 비판과 같은 가치 판단과는 다른 맥락에서 형성되는 대중 심리 메커니즘이다. 시인이 좋아하는 노래와 시인에 부여한 그동안의 사회적 편견이 맞물리면 그 노래와 시인 사이에 모종의 시스템이 무의식적으로 구축된다. 특정 집단이 깊숙이 관여해 발생한 사회현상이, 그 집단에 대한 대중적 편견과 맞물려 모종의 메커니즘을 만든다. 소문은 커져 과장되기 마련이고, 진실은 예나 지금이나 은은히 사람에게 녹아든다. 힘들고 불안할수록 증가하는 사회적 감성지수는 나약함과 불안심리를 먹이 삼아 높아지는 법이다.
봄날은 진작 왔지만, 우리에게 봄철은 겨울 못지않게 혹독하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봄이 왔음을, 바야흐로 이 봄이 그동안의 맹신과 허위의 먼지를 날려버린다는 사실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