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을 마치고 귀가한 뒤 가장 많이 접하는 것 중 하나가 TV 드라마다. 긴장감과 재미가 이어지는 스토리에 몰입하는 현대인들은 ‘안방극장’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셈이다. 안방을 좌지우지하는 드라마 한 편이 제대로 뜬 방송국은 회사 살림살이도 윤택해진다. 시청자들은 그날 본 드라마의 다음 이야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TV 드라마는 흡인력이 강한 까닭에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시댁 제사를 준비하던 어느 집 며느리가 때마침 방송을 탄 인기 드라마에서 절체절명의 운명에 빠진 주인공의 향배가 너무 궁금해 옆방에서 몰래 TV를 보다 사달이 났다는 일화는 흘러간 옛 추억이다. 인기 드라마를 접하지 않고는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못 할 정도였다. 고작 3개의 공중파 방송이 TV 매체를 장악하던 시기에는 잘 만든 드라마의 경우 시청률 40% 안팎은 어렵지 않게 기록했다. 시대를 반영하고, 수많은 유형의 인물을 탄생시켰다. 강렬한 메시지도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TV 채널이 생긴 요즘 세태는 다르다. 매일 쏟아지는 드라마 중 시청률 10%를 넘는 작품은 보기 드물고, 대중이 특정 드라마를 굳이 기억에 떠올리는 시대도 아니다. 경제 논리로 치자면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 그래서 그제 막을 내린 SBS TV의 16부작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의 성공은 이채롭다.
3년 전 방송돼 2016년 SBS 연기대상에서 7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주목받았던 ‘낭만닥터 김사부’의 시즌2는 ‘돈이나 권력, 경쟁에서의 승리 같은 것들보다도 사람 생명을 가장 우선시하는 의료인들의 헌신’을 그렸다. 지방의 ‘돌담병원’에서 끝까지 낭만을 살리고 젊은 남녀 간 애틋한 사랑도 이룬 닥터들의 활약으로 전국 시청률 27.1%를 기록하며 종영됐다.
이 작품이 최근 흔치 않은 지상파 시즌제 드라마로 성공한 원인을 진단하는 데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겠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은 드라마에서 이 시대 사람들이 갈망하는 낭만을 닥터 김사부(한석규 분)가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을 성싶다. ‘아름다운 가치들’을 지켜낸 낭만이다. “봤냐? 이게 바로 의사라는 사람들이다.”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의술을 펼치는 ‘괴짜 천재의사’ 김사부가 일갈한 수많은 명대사에서 각별한 의미의 메시지를 읽어낸 시청자가 많았다. 그중 ‘아집과 억지, 오만과 허세뿐인 잘못된 신념이 잘못된 선택을 낳는다’는 메시지는 울림이 크다. 이 시대 사람들이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