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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국제관광도시라는 ‘엄중한’ 기회 /조봉권

부산 국제관광도시 선정, 지역 발전할 기회 삼아

민관 서로 머리 맞대고 새로운 관점·방식 통해 변화된 부산 맞이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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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관광산업과 여행 문화 발전의 명운을 가를 엄중한 기회이구나, 하는 생각에 머릿속은 복잡하고 마음은 무거웠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정부)가 부산을 ‘국제관광도시’로 마침내 선정한 소식을 접한 순간 든 생각이었다.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됨에 따라 부산시는 앞으로 5년 동안 공공 재원 1500억 원(국비 500억 원, 시비 1000억 원)을 관광 산업 발전과 변화를 위해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기쁜 일이나 좋은 계기라고 표현하기보다 ‘엄중한 기회’로 규정하는 이유는 여럿 있다.

정부는 국제관광도시 선정을 포함하는 이번 ‘관광 거점 도시 육성 사업’의 목적을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 집중되는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에 새로운 관광 거점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곧장 한국 사회에서 가장 화급하고 중대한 과제인 지역 균형발전과도 이어진다. 부산이 국제관광도시 사업 성공과 안착이라는 과제를 잘 풀어내지 못한다면, 지역 균형발전의 희망을 나타내는 표지 하나가 또 꺾인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정부의 대형 공모사업이라는 방식이 갖는 속성과 관련이 깊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갖게 된 성향과도 연관된다. 예술·문화·관광 진흥은 ‘소프트(soft)’ 산업 영역에 속한다. 소프트 산업은 ‘성취감 게임’이다. 요모조모 궁리하고, 이리저리 해보다 어! 이거 재밌겠네, 오호! 이렇게 해보면 사람도 모이고 심지어 돈도 되겠네 싶어서 시도했는데 그게 성공하면 성취감이 생긴다. 그 성취감을 바탕으로 새롭게 시도한다. 그런 성취감이 반복되고 쌓이면 도시의 기풍이 되고 문화가 된다.

성취감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는 민간의 절실함·아이디어·참여·활력이다. 공공기관은 이를 지원한다. 그런데 정부 대형 공모사업에서는 이 원리가 잘 작동하지 않을 때가 꽤 생긴다. 정부 공모 요강에 사업계획을 ‘끼워 맞춰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동서대 장제국 총장이 최근 국제신문에 쓴 CEO 칼럼 ‘부산, 자유를 찾아 나서라’는 귀기울여야 할 통찰을 보여준다. 칼럼 한 대목은 이렇다. “한편으로는 찜찜한 구석도 있다. 국제관광도시부터 신공항까지 모두가 중앙정부로부터 ‘확보’ ‘유치’ ‘선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갑’이 제시한 조건에 맞아야 ‘을’이 선정되는 구조다. ‘을’이 스스로 필요한 조건을 만들 수가 없으니 제한된 창의성만 허용될 뿐이다.” (지난 5일 자 국제신문 27면)

‘끼워 맞추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희생될 확률이 높은 것은 민간의 절실함·아이디어·참여·활력이다. 그것은 조직화하기 어렵고, 수치로 구현해 보고서에 담기 힘들며, 오래 걸리고, ‘큰것 한 방’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필요한 조건을 만들 수 없는 제한된 창의성’이란 결국 창의적이지 않다는 얘긴데, 이런 데서 성취감은 축적하기 힘들다. 그렇게 되면 소프트 산업은 전진하기 힘들다. 요약하면, 관광에서 ‘톱 다운(top-down·상의하달식)’은 굉장히 위험한 방식이란 말인데, 아직 부산시의 철학은 잘 알 수 없다.

끝으로, ‘무엇을?’이라는 요인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시는 지난 20일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컨벤션센터에서 ‘포스트 코로나 19 부산관광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즉 ▷유럽·아메리카 관광시장 본격 개척 ▷부산 관광 홍보 유튜버 육성 ▷대규모 국제회의 유치 지원 ▷부산형 관광 플랫폼 TaaS(타스) 구축같은 괜찮은 구상이 나왔다. 국제관광도시 사업 자체가 관광·여행 인프라 구축·강화를 중요한 목적으로 하니 우선 추진할 일로 이런 구상에 집중한 것을 수긍한다.

하지만 소프트 산업에서 고갱이라 할, ‘무엇(콘텐츠)을 내놓을 것인가’라는 과제는 언제부터 어떻게 집중할지 무척 궁금하다. 이 부문은 혁신과 새로운 관점·방식이 필요하다. 부산시가 국제관광도시 사업을 추진하면서 당장 편의를 위해 교수 등 기성 전문가와 관광업계 고위 관계자 등 낯익은 파트너에게 집중할 공산은 크다. 오늘의 부산 관광과 관련해 공도 있고 책임도 있는 분들이다. 이 점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대체로 여행 갈 때 ‘거기에 있는 그 무엇’에 이끌린다. 부산에 있는 그 무엇은 무엇이며 없는 것은 무엇인가? 갖출 건 무엇이며 버릴 건 무엇인가? 부산에 왔던 외국인 관광객은 왜 부산에 다시 오며 무엇 때문에 다시는 오지 않는가? 이런 걸 꼭 파악해야 할 텐데 그 일은 ▷현장을 꿰고 있는 실무 전문가가 더 잘 알 것이며 ▷시간도 필요하다. 여행 도시로서 부산의 장단점과 현실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 시민 그룹도 필요하지 않을까?

세계 사람이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고, 좋은 추억이 살아나며, 또 가고 싶은 ‘환대의 도시’로 부산을 가꾸는 일은 부산을 바꾸고 한국을 변화시킬 엄중한 과제다.

편집국 부국장 겸 인문연구소장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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