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는 올해 두 가지 중대한 변화와 마주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구 역전과 지방정부의 권한 확대이다.
서울 인천 경기를 일컫는 수도권의 인구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국토의 10% 남짓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중된 것은 유사 이래 처음이다. 거꾸로 90%의 국토는 점점 비어간다는 뜻이다. 국가의 비상상황이라 할 만하다. 비상(非常)에는 비상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 대처법이다. 수도권의 인구 추월이 예측 가능했다는 점에서 고도비만증에 걸린 수도권에 대한 다이어트를 포함한 중앙정부의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다짐했다. 수도권에 산업·교육·문화·교통시설이 집적되고, 인구가 유입되는 현상은 1970년대 경제개발계획 이후 변치 않는 한국의 고질적 비정상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비상대책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지방소멸 위기에 대해 ‘통상(通常)의 인식’을 드러냈다. 균형발전 시민단체들은 문 대통령이 혁신도시 시즌2 추진 등의 정책과 관련, 미온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 “우리가 국가비상사태로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수도권 다수 언론도 ‘이미 예견된 일로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라는 무덤덤한 반응으로 중앙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중앙정부의 비상대응을 기대한 것이 오판이었다는 푸념이 지역 곳곳에서 새어 나왔다. 중앙정부가 수도권 인구 집중을 가속화하는 비정상적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을 간과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면서 생긴 교통·주거·환경문제를 천문학적 예산으로 땜질하는 중이다. 수도권에 3기 신도시를 만들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판교테크노밸리를 비롯한 첨단산업단지를 짓고 또 짓는다. 지하 100m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도 모자라 한강의 남북을 달리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아래를 파서 복층화한단다. 중앙정부가 수도권 독식체제의 광기(狂氣)에 편승하는 일들을 멈추지 않는 한 지방 소멸의 속도는 그만큼 빨라지게 된다.
자치분권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거나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지방의 기회이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목매지 않고 스스로 살길을 찾을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9일 밤 9시20분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 일괄 이양을 위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등 46개 법률 일부개정을 위한 법률안’이 대표적이다. 지방이양일괄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정부가 추진한 지 16년 만에 빛을 봤다. 16개 중앙부처 소관 46개 법률에 400개 사무가 내년 1월 1일부터 지방정부로 이양된다. 해양수산부가 관리해온 통영항 등 35개 항만시설의 개발·운영권이 지방정부로 넘어오는 등 자치권이 확대된다.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경찰청법 개정안과 주민자치회와 특별지방자치단체 및 기관 구성의 다양성에 관한 규정이 포함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등의 국회 통과 가능성도 살아있다. 지방이양일괄법은 앞으로 추가적인 법 개정을 통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폭 지방정부로 넘긴다. 자치경찰권도 지방정부가 행사하게 된다. 지방정부의 경쟁력이 지역발전에 미치는 영향도가 그만큼 높아진다. 권한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지역의 위기에 대해 더는 중앙정부 탓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스스로 지역발전의 추동력을 만들 ‘비상한 준비’를 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권한을 내놓지 않기 위해 꼽아온 ‘의도된 핑계’를 뒤집어 보는 것도 참고가 될 듯하다. 인접 지방정부와 중복에 따른 비효율성을 피하기 위한 광역협의체는 필수적이다. 부울경이 협의의 틀을 구축한 것은 다행이다. 지역의 미래를 내다보는 기획 능력이 보강돼야 한다. 토호세력과 결탁한 권한 남용 우려는 투명·공개행정 시스템으로 씻어내야 한다. 지역의 위기는 줄이고 기회를 살리는 데 필요한 최소 조건이다.
서울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