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전국 공항을 찾은 시민은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옛말을 절감했다. 항공기 탑승 전 수화물과 신체 수색을 맡은 보안 검색 직원이 대거 그만둔 탓이다. 자회사 전환을 하루 앞둔 2019년 마지막 날 부산 김해공항 전체 보안 검색 직원의 10%에 달하는 18명이 집단 퇴사했다. 김포공항에서는 40명, 제주공항에서는 20명의 보안 검색 직원이 일을 그만뒀다. 출국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출국 지연에 승객은 짜증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항공사는 제 시간에 탑승하지 않는 승객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집단 퇴사한 직원을 다소 의아하게 바라볼 수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용역업체 소속이었던 보안 검색 직원이 한국공항공사 산하 자회사의 정규직 직원이 되는 걸 마다했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갓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직원에게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현장에 있던 이들뿐 아니라 전국 공항 소속 보안 검색 직원은 한국공항공사 소속 정규직 직원이 되는 꿈을 꿨다. ‘공항공사 직원’이라는 말은 그들에게 설렘을 주기에 충분했다. 월급은 오를 것이고 근무 환경은 개선되리라 믿었다. 희망과 달리 이들은 자회사 직원이 됐다. 비록 공항공사가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지만, ‘공사 직원’과 ‘자회사 직원’ 사이에는 묘한 경계선이 존재했다.
자회사 정규직 직원이 됐지만, 근무 환경의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박봉인 데다 격무에 시달렸다. 달력에 표시된 공휴일을 앞두고 설레는 건 그들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심지어 근무 중 주어지는 40분의 휴식 시간은 인력 부족으로 20분씩 쪼개 쓸 수밖에 없었다. 기대가 좌절되고 업무가 주는 강박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들이 퇴사를 결정한 건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한국공항공사는 집단 퇴사 전부터 발생 직후까지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였다. 3~4개월 전부터 노동조합의 경고를 무시해 예견된 사고를 막지 못했다. 이후엔 공사 잘못을 감추는 데만 주력했다. 더욱 실망스러운 건 공항공사가 향후 보안 검색 직원의 처우 개선에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이다.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자 공사는 연초 액땜을 했다고 여길 수 있다. 그렇다면 빈자리가 주는 교훈을 잘못 해석한 것이며 혼잡사태는 또다시 빚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1부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