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수능 한파가 몰아쳤다. 수능 날에는 모든 것이 한 번 시험에 달린 수능생의 컨디션과 일정을 사회가 배려한다. 출근시간을 늦추고, 수험생이 늦을 경우 퀵서비스 오토바이나 경찰차가 고사장까지 데려다주기도 한다. 수능이 끝나면, 수고했다고 다양한 서비스와 혜택을 준다.
늘 청소년과 함께하는 필자에게 그런 모습이 참 훈훈하기도 하면서 일상에서도 이렇게 우리 청소년을 배려하는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린이 청소년 여성을 배려하는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야 안전하고 쾌적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청소년과 그 주변 분을 많이 만난다. 가족 부모 선생님 어른 지역사회가 모두 우리 청소년을 걱정하며 잘 되기 바라고 애정 어린 충고를 해준다. 그래서 한 번씩 여쭤본다. “청소년 하면 뭐가 생각나세요?”
많은 분이 문제아·비행·학교폭력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린다. 요즘 10, 20대는 정말 우리와는 다르다며 이젠 그들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다고 한탄도 한다. 누군가는 우리 사회는 세대 간 갈등이 아니라 ‘세대 간 전쟁’을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한다. 필자는 세대 전쟁이 아닌 ‘완전히 다른 세대, 다른 인류’라는 점이 핵심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나라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분은 청소년에게 희망과 기대를 갖고 한마디씩 한다. 정말 삶의 도움이 되는 충언이다. 그런데 청소년은 ‘역시 꼰대’라며 앞에서는 웃지만 흘려듣는다. 일상어가 된 꼰대란 ‘권위적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로 꼰대질하는사람을 가리킴’으로 풀이된다. 자신도 모르는 새 우리는 꼰대가 되어 있다.
필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묻는 분이 있다. 기회다 싶어 장황히 설명하며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곤 했는데 요즘은 한두 마디로 정리해 설명한다. “다양한 청소년을 만나 친구가 되고자 하는 일입니다.” 다양한 청소년 중에는 학교 밖 청소년이나 문제·비행 청소년도 있다고 덧붙인다. 그럼 질문하신 분은 가끔 이런 얘기를 한다. “많이 힘드시겠다. 요즘 애들 많이 흉폭해져 겁나고 힘들지 않으세요?” 근데 학교 밖 친구들 사정은 생각도 않고 자기 검열을 통해 단정 짓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 너무 다르다. 배려하는 사회를 말하면서 배려받는 대상이 아니라 배려하는 내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내가 갑이다. 교육부 통계로 한 해 6만 명 정도 학생이 학교를 떠나거나 진학을 포기하고 학교 밖 청소년의 길로 들어선다. 많은 청소년이 부적응, 사회성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떠나기는 한다. 하지만 소신과 꿈을 찾아 떠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우리 학교 밖 청소년 이야기를 들려주면 깜짝 놀란다. 한 친구는 꿈을 위해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다가 그런 점이 오히려 다른 학우에게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대를 목표로 이번 수능에 응시했다. 예를 들면, 그 친구는 궁금한 게 많고 배움의 욕구가 커 질문을 많이 하는데 그게 선생님이나 학우에게 방해가 된다는 판단이다.
한 학교 밖 청소년 얘기를 전하며 생각을 정리해 본다. 센터 활동을 열심히 하던 한 청소년이 함께 체험활동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오지 않는다. 전화했는데 받지 않는다. 담당 선생님은 애를 끓이며 계속 연락했다. 30분쯤 지나 늦게 나타나면서 계면쩍어하는 그 친구에게 “왜 전화를 안 받니?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놀랐잖아”라고 말하는데 이 친구, 갑자기 운다. 이유는 이랬다. 센터에 정말 오고 싶은데 제시간에 못 일어날까 봐 밤새우고 일찍 나와 버스를 탔는데 버스 기사께서 왜 학생요금을 내느냐고 하기에 “저, 청소년인데요”라며 신분을 밝혔다. 그러자 갑자기 학생이 학교는 안 가고 뭐하냐 며 야단치기 시작했다. 늘 있는 일이라 죄송하다 하고 앉았는데도 계속 요즘 애들 문제다, 넌 왜 학교에 안 가냐,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등등 꾸중은 이어졌다. 화가 나 버스에서 내려 걸어온다고 늦었다는 거다. 그러곤 말했다. “샘, 나 다신 버스 안 타요. 그래도 되죠?” 뭐라고 답해야 하나?
부산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