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은 세계 최초의 대중 의학서적이자 유네스코 등재 세계기록유산이다. 허준(1539~1615)이 중국과 조선의 의서를 집대성해 1610년 저술 완료한 이 책은 다른 의학서에 비해 돋보이는 요소가 몇 가지 꼽힌다. 그 첫째는 중국에서 들여오는 값비싼 약재 대신 우리나라 산천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를 다수 소개했다는 점이다. 약재 이름 또한 마찬가지다. 의원에서 쓰는 전문용어뿐 아니라 일반인이 쉽게 알 수 있는 우리말로 기재해 놓아서다.
물옥잠도 동의보감에 적힌 약재 중 하나다. 이는 논이나 늪, 연못의 물속에서 자라는 한해살이 식물이다. 줄기 아래쪽 잎은 잎자루가 길고, 위쪽에 난 것은 잎자루가 짧으며 줄기를 감싼다. 그 잎이 옥잠화와 비슷하고, 물에 산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옥잠화는 그 꽃이 옥잠(玉簪) 즉 옥으로 만든 비녀를 닮았다는 뜻이다. 한방이나 민간요법에서 물옥잠은 ‘우구’라는 약재로 쓰이는데 고열과 기침, 천식을 가라앉히고 종기를 치유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같은 과에 속하는 부레옥잠은 오염물질을 잡아먹는 걸로도 이름났다. 물 속의 질소와 인 등 영양물질을 빨아들이고, 그 속에 갖가지 미생물이 번식하게 하며 수질을 정화해 주는 기능이다. 과거 실험에서 1㏊(약 3000평)의 부레옥잠이 인구 500명 이상에서 배출된 오물을 처리해 화제를 모았다.
그런 물옥잠에서 전립선암 세포를 죽이는 미생물을 국내 연구진이 발견했다는 소식이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낙동강의 물옥잠에 공생하는 신종 미생물에서 전립선암 세포를 사멸하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그제 발표했다. 이에 연구결과를 특허출원하고, 항암 신의약품 소재로 개발하기 위한 후속 작업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물옥잠이 동의보감에서 약재로 사용된 점에 착안했다니, 넓게 보면 신토불이(身土不二)와 다를 바 없다.
앞서 이달 초에는 주로 연못과 늪에 서식하는 ‘마름’이 관심을 끌었다. 그 열매의 추출물이 노인성 근육 감소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낙동강생물자원관 연구진이 확인했고 이를 이용한 건강음료가 내년 출시될 계획이 알려져서다. 마름 열매는 ‘물밤’으로도 불리는데, 예부터 한의학에서 강장제로 사용돼 왔고 식용이 가능하다. 물옥잠처럼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수생식물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분별한 난개발로 서식환경이 파괴되는 걸 막는 일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우리 산천과 담수 생태계 보호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