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유명 헬스 트레이너가 보디빌딩 업계의 불법 약물 투여 사실을 폭로하는 이른바 ‘약투’를 해 화제가 됐다.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은 근육 형성과 성장을 도와 쉽게 멋진 몸을 만들 수 있다. 몸짱이 되기 위한 힘든 싸움과 인고의 과정을 단축해 주기 때문에 업계의 사람들이 그 유혹에 빠진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약물 복용이라는 도덕적 문제 이외에 부작용이 심각하다. 일부 약물은 당뇨와 성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해 되레 몸을 망가트리는 원인이 된다. 결국 겉으로만 좋아 보일 뿐 속은 부실한 ‘가짜 몸짱’이 되는 셈이다.
최근 몇 년 새 롯데 자이언츠는 가짜 몸짱을 택했다. ‘FA 영입’이라는 약물을 투약해 쉬운 길을 걸었다. 2015년 손승락, 윤길현부터 채태인, 민병헌, 이대호까지 외부 수혈을 통해 전력을 다듬었다. 벌크업은 수월했다. 올 시즌 롯데 구단 연봉은 101억8300만 원으로 KBO 리그 1위였다.
그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변화가 분명히 나타나는 약물과 달리 선수 영입은 그해 컨디션과 훈련 양 등에 따라 성과가 달라져 모험인 동시에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이에 팀의 부족한 포지션을 FA 선수로 채우더라도 그 뒤를 이어 갈 선수를 반드시 육성해야 한다.
롯데는 이마저도 엉망이었다. 2군에서 기본기를 탄탄히 한 뒤 1군 무대에 올라와 활약하는 선수가 오랫동안 사라졌다. 2군 구장 자체가 낡은 것은 물론 체계적인 육성 계획까지 없다 보니 성장이 이뤄질 리 없었다. 기대를 모으고 입단한 유망주들조차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사라지기 일쑤였다. 롯데 2군은 쉬어가는 곳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FA 영입 효과마저 복불복에 시달렸고, 그렇게 허망하게 잃어버린 시간은 최하위 성적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구단 운영의 철학이 바뀌었다. 성민규 단장 부임 이후 2군 투자 확대와 데이터 야구가 새 기조로 자리 잡았다. 2군에 핵어택, 랩소도 등 최신 장비를 들여와 선수 기량 성장을 도모하고 데이터에 근거한 확률 높은 야구를 선택했다. 이 같은 철학을 함께 구현할 새 사령탑(1군 허문회, 2군 래리 서튼 감독)도 잇따라 취임했다. 특히 허 감독은 육성에 특화된 키움 히어로즈에서 자신의 색깔을 뚜렷하게 보인 인물로 달라질 롯데에 적합하다는 평이다. 늦었지만 구단 내부에서 좋은 선수를 길러내겠다는 롯데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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