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초 한국은 연간 600억 달러(약 70조 원) 선의 방위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비서관을 지낸 인물이 펴낸 책에서다.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발생하는 위기 사태에 대한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는 논의에 나선 마당이다. 미국의 지나친 ‘한미동맹’ 대가 요구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선을 지키며-매티스 장관 당시 트럼프 펜타곤의 내부’라는 제목의 이 책은 “한국은 우리를 심하게 이용해온 나라”이며 “여기저기에서 우리를 벗겨 먹는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실었다. 특히 해외 주둔 미군은 안보를 지키는 ‘이불’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매티스 장관 설명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 미군에 대해 1년에 600억 달러를 낸다면 괜찮은 거래”라고 반박했다고 썼다. 매티스 전 장관 측이 저자를 하급 실무자라고 깎아내렸으나 ‘동맹=돈’의 관점에서 혈맹의 가치를 무시하려는 트럼프식 사고를 보는 것 같아 마뜩잖다.
특히 한미 양국이 벌이는 두 갈래의 협상을 감안할 때,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가중되는 속내가 엿보인다. 미국이 요구하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연 50억 달러(약 6조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 한국 방위비 분담금은 1조389억 원이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부인했지만, 지난 두 차례 방위비 협상에서 미국이 전략자산 전개비용의 분담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또 미국은 다른 협상에서 ‘한반도 유사시’로 국한된 한미 연합위기관리 범위를 ‘미국 유사시’로 확대하는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 개정까지 요구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해외 분쟁에 휘말릴 수 있어 용납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통상적인 수준과 관례에 아랑곳 하지 않는 미국의 요구는 분명 온당치 않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주장은 상식을 뛰어넘는 액수이며, 한국군이 미군 작전 영역까지 무턱대고 나갈 수는 없다. 미국 정부는 자국 우선주의에 기댄 일방적인 요구가 결국 소탐대실로 귀결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중심을 제대로 잡고 주도면밀하게 대응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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