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도시별 생활비 비교 보고서’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생활비가 높은 도시의 순위는 싱가포르 파리 홍콩이 공동 1위, 서울은 7위다. 인도는 133개 도시 중 최하위권이다. 최하 10곳 중 3곳이 인도의 도시이고 특히 수도 뉴델리는 123위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관광객으로서 물가 체감도는 전혀 다르다. 뭄바이 쇼핑센터에서 전통의상 사리의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현지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무조건 절반으로 깎으라”고 충고하지만 상인들은 이미 그걸 감안한 값을 부른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됐다.
전 세계 물가를 상대평가하는 데 쓰이는 대중적 지표가 맥도날드 빅맥지수다. 빅맥의 나라별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해 물가와 화폐 가치를 비교하는 것이다. 2019년 한국의 빅맥 가격은 3.9달러로 59개국 중 34번째. 가장 싼 나라는 니카라과(0.19달러), 가장 비싼 나라는 스위스(6.55달러)로 3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스타벅스 커피가격인 톨라테지수, 애플 아이팟지수 등도 쓰인다. 그뿐 아니다. 한류가 강세를 띠면서 전 세계 비빔밥값을 비교하는 비빔밥지수나 김치찌개지수, 신라면지수가 나오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4인 가족 김장 비용을 30만 원 안팎으로 예상했다. 작년에 비해 10% 가량 올랐다. 잇단 가을 태풍 때문에 김장 재료에 쓰이는 농수산물의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배추와 무 가격은 최대 배 가까이 뛰어 김장을 하느니 사 먹는 게 낫다는 푸념이 나온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월 0.0%를 기록하더니 -0.4%였던 9월에 이어 이달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 하락까지 겹치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몰려온다는 보도도 부쩍 잦다. 이러니 채소를 비롯해 과자 우유 등 생필품의 가격이 급등해 장을 보기 겁나는 주부들은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막힌다.
소비자물가지수는 460개 품목의 가중치를 평균해 산출한다. 하지만 유류세 전·월세 등에 비해 구매가 빈번한 생필품은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생필품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거래금액이 큰 집값이나 기름값이 제자리면 물가는 오르지 않은 게 되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가 한때 김치 재료의 가격을 환산해 발표하던 김치지수가 그나마 장바구니 물가 측정에 요긴했는데 어쩐 일인지 사라졌다. 실종된 김치지수나 체감과 따로 노는 소비자물가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받는 경제정책을 상징하는 듯하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