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삶의 양식을 실천하는 민주주의자가 많아야 민주주의 나무는 잘 자란다. 시민이 민주주의의 토양에서 민주적으로 자라야 민주주의 정원은 잘 가꾸어질 것이다. 그러기에 민주주의는 선거할 때 대표자를 뽑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민주적인 사회일수록 민주주의를 작동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시민·시민성을 필요로 한다. 민주적 시민성의 구성요소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크게 도덕적 시민성, 사회적 시민성, 정치적 시민성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도덕적 시민성’은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는 개별적 시민성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대한 개인의 도덕적 책임으로서 존경심 관용 정직 성실 자제력 근면 등과 같은 덕성과 자질을 가져야 한다. 쓰레기 줍기, 재활용, 법 준수, 세금 납부 및 빚 갚기 등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급식소나 노인센터 등에서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 자원봉사활동을 하거나 장애시설을 방문하여 이타심을 발휘하는 등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다.
둘째, ‘사회적 시민성’은 공공적 삶과 지역공동체의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사회를 결속시키고 통합하며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는 시민성이다. 시민은 국가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와 그에 따르는 의무를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지위나 자격으로서의 시민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해 적극적 책임감을 갖고 활동하며, 상실된 공동체 갱생 프로젝트와 지역사회의 작은 결사체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가까운 이웃과 함께 작은 모임 또는 동아리를 만들어 고립과 소외를 극복하는 관계성도 갖게 하는 것이다.
셋째, 정치적 시민성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비판적 분석, 사회 불의의 해소, 구조적 비판, 사회운동을 통한 체제의 변화 등을 시도하는 시민성이다. 정치적 시민성은 가난한 이웃을 돕는 도덕적 시민성과 달리, 사람들이 왜 굶는지 등 복지 시스템을 탐구하고 사실·진실에 따라 빈곤 원인을 밝히며 캠페인을 벌이거나 대책을 강구하며, 사회정의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변화를 위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힘의 상호작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면서 실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는 도덕적 시민성과 정치적 시민성을 분리시키는 경향이 있다. 도덕적 시민성과 정치적 시민성의 심각한 균열과 불일치를 보인다. 민주주의 뿌리조차 흔들리는 조짐이며 민주주의 위기이다.
불공정한 제도에 대한 정치의식은 높은데도 그것을 타파하려는 개인의 도덕적 노력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제도개혁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그 제도를 타파하는 주체의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부조리한 제도의 관행을 척결하기 위한 개인의 주체적 세계관을 형성해야 한다.
합법성을 정당화하면서 법과 제도를 교묘히 활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발전은 더욱 어렵게 된다. 이를 척결하려면 시민문화를 굳건하게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제도의 타락을 막을 수 있고 새로운 제도의 탄생도 가능하다.
이 점에서 우리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일 수 있다’는 정치철학자 샹탈 무페의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민주사회를 튼튼하게 하려면 민주주의의 절차적 제도적 형태를 수립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도덕적 시민성, 사회적 시민성 그리고 정치적 시민성이 결합되어야만 민주적 시민성은 온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우리가 민주적 시민으로 성장하려면 인간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성숙되어야 한다.
에릭 리우와 닉 하나우어가 ‘민주주의의 정원’에서 강조하듯 훌륭한 정원사는 나쁜 것을 솎아내고 좋은 것을 심어야 한다고 하였다. 행동하는 대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우리는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뿌리는 대로 거두는 민주주의 정원사가 되려면 사람다움과 시민다움을 겸비하는 공동체의 정원을 나날이 가꾸어야 한다. 시민의 광장 민주주의는 가정 민주주의, 직장 민주주의, 마을 민주주의로 진화·발전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대한민국은 민주국가로 재탄생될 것이다.
부산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