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위험한 ‘조국(曺國)의 조국(祖國)화’ /차재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08 19:41:17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조국’이라는 외자 이름을 지어주신 아버지 덕분에 내 이름은 모두 쉽게 기억하는 이름이 됐다. (…) 학년이 바뀔 때마다 내 이름이 호명되길 은근히 기다리며 미리 교과서를 읽어 준비하곤 했다. (…) 특이한 이름 덕에 나는 칭찬의 맛을 알게 되고 인정 욕구가 충족되는 경험을 한 것이다.” 조국(曺國)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14년 펴낸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의 한 대목이다. 독특한 그의 이름은 이후 삶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6세 최연소로 서울대 법학과에 합격했던 그는 사법시험을 아예 보지 않았다. 그 이유로 “‘육법당(陸法黨)’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하곤 했다. 육법당이란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 정권을 떠받치던 민주정의당의 별칭. 육사 나온 군 출신 당 지도부를 머리 좋은 서울법대 율사 의원들이 돕는 모양새를 비꼰 말이다. 개인의 입신양명보다는 조국(祖國), 즉 대한민국의 바른 미래를 위한 나름의 결단이었다는 얘기다.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뒤 맞닥뜨린 ‘사노맹(남한사회주의자노동자동맹)’ 논란에서도 ‘조국(祖國)’ 논리가 등장한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국가 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앉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냐.”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발끈하자 그는 이렇게 맞받았다. “20대 청년 조국은 부족하고 미흡했다. 그러나 뜨거운 심장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아픔과 같이하고자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의혹 해명을 위해 나선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 “세상에서 저를 ‘강남 좌파’라고 부르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보려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 권력이 어떻게 바뀌는 게 좋겠다, 정치적 민주화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것을 고민해 왔고, 그 점에서 나쁜 평가를 받지 않았다.” 자기 이름과 동음이어(同音異語)인 ‘조국(祖國)’. 그의 사고와 행동을 정의하고 설명하는 ‘열쇠 말’로 보인다. 한마디로, ‘조국(曺國)을 조국(祖國)으로 인식’하는 ‘조국의 조국화(化)’인 셈이다.

지난달 9일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시작된 이른바 ‘조국대전(大戰)’. 사노맹 관련 사상 논쟁에서 비롯된 ‘조국 의혹’은 편법 재산 증식을 넘어 딸 특혜 입학 논란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과정에서 그가 뱉어온 말과 다른 위선적 실체가 명백히 드러났다. 민심은 분노했고, 여론은 악화일로를 치달았다. “국민 여러분께 참 송구하다”면서도 자진사퇴를 거부했다.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어용 지식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분기탱천하고 나섰다. “아직 조국이 법적 위반을 한 게 하나도 없었다. 무조건 조국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욕망이 언론 보도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기다렸다는 듯, 여권 잠룡들이 일제히 거들고 나섰다.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이재명 경기지사)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인물”(박원순 서울시장) 등. 침묵하던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동남아 순방에 나서며 한마디 했다. “조 후보자와 관련해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이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 대학 입시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를 해달라.” 조국 딸 특혜 입학 의혹을 개인보다는 제도의 문제로 보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은 조국에게 기자간담회 자리를 주선했다. 전례가 없는, 일방적 해명 자리였다. 바로 여기에 ‘조국의 조국화’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조국에 대한 공세를 자연인 조국의 허물이 아닌, 정권이 꿈꿔온 ‘반듯한 조국(祖國)’ 즉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려는 노력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딴지’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 그의 낙마는 검찰개혁뿐만 아니라 적폐청산, 주류 교체 등 개혁 전반에 반동으로 작용할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특정 개인을 ‘개혁 아이콘’으로 만들어 정권이 ‘몰빵’하기엔 위험하다. 여전히 사나운 민심이 정권의 오만과 독주로 판단할 경우 자칫 개혁 자체를 완전히 그르칠 수 있는 탓이다. 역대 동서양의 정치사가 증명하듯, ‘조국의 조국화’는 어디까지나 개인 차원에서 머물러야 한다.

부산가톨릭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여자 그림이 달라졌다
  9. 9“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10. 10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3. 3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4. 4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5. 5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6. 6[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7. 7'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8. 8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9. 9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10. 10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5. 5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8. 8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9. 9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0. 10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7. 7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9. 9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0. 10[속보]혼자걷던 여성 5차례나 범죄대상 물색, 성폭행 혐의 30대 男 징역 4년 선고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