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회 인사청문회의 특징을 쉽게 표현하면 이렇지 싶다. 여방야공(與防野攻). 즉 여당은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공직 후보자를 무조건적으로 방어하고, 야당은 그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는 뜻이다. 이는 역대 정권에서 어김없이 나타났다. 여야 간 정파적 다툼이나 정쟁에 의해 인사청문회가 늘상 그런 행태를 보여왔다는 얘기다.
학계에서도 부정적 시각이 대다수였다. 8년 전 한국정당학회 회원들 대상의 한 조사에서 ‘인사청문회가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 응답이 70%에 이르렀다.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 행사를 견제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인물이 임명되도록 하려는 취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후보자의 정책 검증보다 주로 과거 행적이나 도덕성 등을 놓고 여야가 소모적인 공방에 함몰돼 온 영향이 크다.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태만 해도 그렇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갈등은 그야말로 여방야공의 절정을 보여준다. 그가 아무리 ‘촛불정권’의 상징적 존재라 해도, 장관 후보자 한 명을 두고 정치권이 이렇게 극한적 대결을 벌이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여야 모두 정략에만 치중해서다. 이 때문에 당초 합의된 청문회 일정은 아예 무산됐고,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로 자신의 수많은 의혹을 셀프 해명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에 맞서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반박 기자간담회’를 갖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뿐 아니라 조 후보자 가족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두고 진실공방이 난무하는 지경이다.
우여곡절 끝에 거대 양당의 뒤늦은 합의로 인사청문회가 오늘 하루 열리게 됐지만, 이 또한 당리당략의 산물이나 다름 없다. 청문회 무산에 따른 비판 여론과 후폭풍을 우려해 졸속 합의한 기색이 농후해서다. 이럴 거면 지난 한 달간 청문회 일정과 증인채택을 놓고 왜 그토록 실랑이를 벌였는지 납득이 안 된다. 더구나 증인 출석이 담보되지 않고 자료제출도 미비한 점을 볼 때, 인사청문회가 과연 충실하게 진행될지도 의문스럽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인사청문회는 우리 정치사에 하나의 오점을 남기고, ‘의회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사실 인사청문회의 대상이 국무위원(장관)으로 확대된 건 참여정부에서다. 2005년 초 ‘이기준 파동’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당시 부분 개각에 따라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임명됐지만 그의 서울대 총장 시절 판공비 과다 사용과 사외이사 겸직, 재산은폐 및 장남 부정특례입학 의혹 등이 대거 불거지면서 임명 나흘 만에 물러났다. ‘참여정부 인사의 최고 실세는 시스템’이라던 노무현 정부는 이 사태로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후 인사 검증시스템을 대폭 개편하고, 노 대통령의 결정으로 장관도 청문회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는 박남춘 전 참여정부 인사수석이 펴낸 ‘대통령의 인사’(2013년)에도 적힌 내용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인사 참사’가 더 심해졌다. 이른바 ‘고소영’ ‘강부자’ 인사 탓에 후보 사퇴나 지명 철회된 경우가 8명, 청문경과보고서 미채택은 16건에 달했다. ‘수첩 인사’로 불린 박근혜 정부 인사에서는 첫 조각부터 많은 후보가 이런저런 의혹과 자질 시비 등에 휩싸였고 낙마가 잇따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고위공직자 인선기준이 강화됐다지만, 상당수 후보가 위장전입이나 부동산투기 등의 의혹을 받았고 일부는 끝내 낙마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아무래도 사전 검증이 철두철미한 미국 사례가 타산지석이다. 미국에서는 고위공직 후보자 물망에 오른 사람의 과거 행적과 재산형성 과정, 자질 등을 관련 기관들이 낱낱이 조사해 문제가 없는 걸로 판명된 후에야 공식적인 후보로 내정된다. 비윤리적 불법적인 행적을 지닌 사람은 미리 배제시키는 셈이다. 그러니 인사청문회장에서는 후보자의 업무능력과 정책 비전, 전문성 위주로 검증이 이뤄진다.
인사청문회 대상인 고위공직 후보자를 두고 여야 공방이나 논란이 전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청문회가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역시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겠다. 예컨대 미국 수준에 맞먹을 정도로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고 그것을 인사에 반영하는 게 상책이라는 얘기다.
참여정부 청와대의 인사정책 및 뒷이야기를 풀어놓은 ‘대통령의 인사’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인사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인사권자 스스로가 이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지켜야 한다. 그래야 정치권이나 국민도 믿고 따를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이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임명을 고집할 경우에는 무리한 인사로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한다’. 이는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