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주민들 스스로 병원을 세울 수 있게 한 의료생협 제도가 불법 의료기관 설립에 악용되는 일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부산에서 의료생협으로 사무장병원을 만든 뒤 건강보험 요양급여 160억 원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몇 달 전엔 유명 의료재단 이사장이 요양급여를 2500억여 원이나 타먹다가 적발됐다. 유령 조합원으로 생협을 만들어 병원을 설립한 뒤 건보와 의료급여를 빼돌리고 정부 보조금도 받아챙기는 등 수법은 비슷하다.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면 병원을 열 수 없지만 의료생협같은 비영리법인은 예외로 한다는 부분이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불법 사무장병원을 분석한 결과 개설 주체별로는 의료생협이, 의료기관 종별로는 요양병원이 최다였다. 생협 요건을 조합원 300명 이상에서 500명 이상으로, 총출자금도 3000만 원 이상에서 1억 원 이상으로 강화했지만 소용이 없다. 조합원이 병원을 설립하는 게 아니라 병원 설립을 위해 조합을 만드는, 주객전도의 상황을 누구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합법의 외피를 썼지만 불법 행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거나 마찬가지다.
돈을 벌기 위해 불법으로 설립된 병원이 제 역할을 할 리 만무하다. 불법 환자 유치, 과잉 진료, 부당 급여 청구, 보험 사기 등 각종 위법이 난무한다. 이들이 챙긴 돈은 모두 건강보험 재정과 지자체 예산에서 나온다. 건보 보험료 상승과 국가 재정 압박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민간보험도 손해율이 올라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끌어올린다. 무엇보다 159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에서 보듯 사무장병원 시스템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원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생협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법이 허술해서는 안 된다. 관할 지자체가 조합원 자격, 조합원 출자 비율, 조합원 진료 비율 등 인가 단계부터 꼼꼼히 따지는 게 우선이겠지만, 생협의 의료기관 설립 권한을 계속 용인하는 게 맞는지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불법이 확인된 생협의 경우 관련자에 대한 형사 처벌을 보다 강화해 다시는 해당 분야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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