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에 이기면 친구를 잃는다’는 말이 있다. 논쟁 승리의 본질은 논쟁 상대를 이기는 게 아니라 그 논쟁을 경청하는 청중을 설득하는 이가 이기는 것이다. 논쟁을 승리로 이끄는 방법에는 사실관계를 따져 논리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과 논쟁을 듣는 구경꾼의 감정에 호소해 논쟁을 정서적 승리로 이끄는 방법이 있다.
오래전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패널들과 대선 관련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방송 중 여론조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나는 “요즘 누가 여론 조사를 믿는단 말인가”라고 따졌다. 여론조사는 제한적 의도의 질문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여당과 야당, 어느 쪽에서 여론조사를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거의 언제나 조사한 측에 유리한 답을 도출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요즘은 지상파보다 유튜브가 대세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방송을 하는 지상파형 방송 트렌드는 이미 지는 해다. 시청자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방송을 시간과 공간에 제약 없이 스마트폰으로 본다. 시청자와 독자는 이미 지상파나 언론에 식상해 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또는 지지하는 쪽의 유튜브 방송으로 눈을 돌렸다.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이 가짜 뉴스라고 해도 본다. 심각한 정보의 편향 섭취가 여기서 비롯된다.
한 유튜버가 일반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24시간 여론조사를 했다. 질문은 두 가지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여야 한다’와 ‘사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사퇴하여야 한다가 96%, 사퇴하지 말아야 한다는 4%였다고 한다. 물론 이 유튜버는 우 성향이었다. 우 성향의 유튜버에게 비슷한 성향의 시청자가 몰렸을 테니 당연한 결과다. 반대로 좌 성향의 유튜브 방송에는 좌 성향의 사람만 득실거린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적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존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조사 내용과 이렇게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겠는가.
조국 후보자가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이후 조 후보자에 우호적인 여론이 많이 형성될 것 같다. 그는 간담회를 기습적으로 열어 기자들이 질문을 제대로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출입하는, 비교적 연차가 적은 기자들을 상대했기 때문이다. 간담회를 시청한 솔직한 느낌은 대학교수와 대학생 간 질의응답 시간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대학생과 만반의 태세를 갖춘 교수의 강의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교수의 권위와 생방송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데스크가 써준 질문이 있는 노트북을 들고 읽거나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읽기만 하는 어린 기자들을 보면서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조 후보자의 답변에 대해 칼날 같이 날카롭고 거친 항의를 하듯 반박하는 기자를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조 후보자는 딸 이야기를 하면서 울컥했다. 자식을 가진 모든 부모의 감정을 흔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간담회 중간중간에 “강남 좌파 금수저로서 서민과 흙수저들에게 송구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자식을 둔 부모는 물론 스스로 서민이라고 생각하면서 흙수저라고 자위하는 이들의 감정까지 여지없이 흔들어 버리는 방책을 썼다.
조 후보자는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모 펀드 구성과 운영 등에 대해 전혀 몰랐고, 그것과 관련해 5촌 조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몰랐다. 논문 제1 저자 교수의 전화번호도 모르고, 왜 딸이 제1 저자가 됐는지 전혀 몰랐다. 서울대 장학금 기준도 모르며 그저 선정되어서 받은 걸로 안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그렇지만 국민은 사실관계보다 조 후보자가 짜둔 ‘감정 플레이’ 프레임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여론조사는 오늘과는 반대로 엄청난 지지로 돌아설 것이다. 나는 오늘도 감정이 지배하는 이 땅의 국민으로 살고 있다. 이 땅의 기자간담회라는 것이 조국이 준비한 ‘감정 흔들기’ 프레임 정도로 완승할 수 있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땅이더란 말인가. 정말 이것이 나의 바랄 바 없는 조국(祖國)의 완승이란 말인가!
사진가